에세이
내 정치 성향이 문제가 있다는 건
소설 동호회에 있을 때 처음으로 알았다.
나는 이회창도 다양한 지지자들이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고,
사실 아버지는 박정희나 전두환에 우호적인
경상도 남자였다.
또 내게 선거 운동을 하듯이 민주당 계열을 뽑을 거면
선거를 하지도 말라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던 경우도 있었다.
훗날에는
그런 보수 진영의 실정에 배신감을 느끼며
치를 떨기도 했지만,
그래서 민주당 인사를 국회의원으로 뽑은 경우도 있었다지만,
대개는 결국 보수 진영에 온정적인 전형적인 경상도 출신이었다.
오랫동안 그런 주변에 둘러싸였고
친구들도 명확하게 진보다 보수다 하기 어려운 색채일 때가 많았고,
운동권 선배와 얘기할 기회도 많지 않으면서
내 정치 성향에 대한 심각한 비판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안이한 면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자신이 아나키스트라던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문우를 만나서 술을 마시다가
뜻하지 않게 논쟁이 생긴 적이 있다.
그는 내 정치 성향을 듣고 나더니,
“난 너 같은 애를 경멸한다”는 말까지 하면서 조롱했다. 그때 나보다 5살쯤 많았던 그분과 굉장히 격분해서 논쟁했고,
결국 술 마시면서 나와 정치 토론을 하지 말라는 농담을 하는 분도 생겼다.
그때는 내가 균형 잡힌 생각을 한다고 상당히
믿었기 때문에
그러한 과격하고 교조적인 논리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아무리 그래도 “경멸한다”는 건 조금 너무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거기 계신 분 중 나에게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개인적으로 날 알기 때문에 웃으면서 넘어가는 분도 있었다.
“난 네가 어떤 놈인지 알아서 다 인정해줄게.”
이런 식이었다.
내 정치 성향이 전환점을 맞은 건 노무현 탄핵 때였다.
도무지 말이 되질 않았다. 대통령으로는 노무현을 안 찍었지만,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그때 나는
계몽이 덜 된 인간이었다.
그 뒤로도 점점 좌표를 좌로 조금씩 이동했지만, 중도 우파에 머물기도 하고,
이런저런 복잡한 셈법으로 선명한 논리를 흐리기도 했다.
지금도 조금씩 성향이 변하고 있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해 못 할 구석이 있다.
그리고 그때 가장 충격적으로 기억하는 사건은
그분과 논쟁하며 경멸을 뒤집어 쓴 후 술에 만취해서는
새로 합석한 여성분에게
“너도 전라도지?”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때 함께했던 문우도 전라도 출신 중에서도 뼛속까지 전라도 출신이었고, “난 네가 어떤 놈인지 알아서 다 인정해줄게”라고 말해준 분이었는데, 어쩌면 그 문우께서는
내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보는 듯했다.
내 안에 알게 모르게
전라도 혐오가 있었다는 것,
평소에는 전혀 그런 게 없었는데,
술을 마시니 홧김에 나온 말에서
그런 표현이 나왔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전혀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나 스스로를 처음부터 다시 보아야 했다.
물론, 언제나 사람은 한 번에 바뀔 수는 없어서
관성대로 가는 부분과 앞으로 뻗어나가며 알을 깨는 힘이 팽팽하게 줄다리기 하며 밀고 당기는 시간이
제법 있었다.
지금도 어쩌면 그런 지점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