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기억에 남는 것은, 한때 내가 작성한 리포트가 어디선가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알았을 때다.
그걸 졸업한 지, 15년쯤 되어서야 알았다.
괘씸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누가 내 리포트를 몰래 보고서 사이트에 올렸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나와 같은 수업을 듣던 팀원 중
한 명이거나 다른 학생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리포트를 한껏 이용하려 했던 그 누군가에게 살짝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덕분에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유용했다는 뜻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게 내 글이 떠돌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기분이 이상했다.
소설 동호회를 잠깐 나왔을 무렵, 내가 좋아하던 취미 중 하나가
다름 아닌 리포트 쓰기였다.
남들은 리포트를 ‘과제’라고 생각하며 하기 싫어했겠지만,
나에게는 어느새 그 과제가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주제로 리포트를 작성하다 보면,
여러 단편소설을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설을 못 쓸 바에는 이런 유의 글이라도 쓰고 싶었던 건지 기억에 없다.
내가 흥미 있는 주제를 선택해 조사하고, 일정한 분량을 채우는 과정은
스스로의 작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시간 때우기용으로
논문 하나를 미리 써두고, 때로는 무작위로 고른
주제를 정해 일정 분량 이상을 채우는 것을 즐겼다. 쓰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자료를 찾아보고, 그것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시간은
소소한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 작품을 누군가 훔쳐 인터넷에 올렸다는 사실이
가끔은 짜증나게 했지만, 그조차도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다.
내가 쓴 리포트 내용에 인용 출처도 결국엔 대개 위대한 책에서 온 것이니까.
리포트를 쓰며 창작의 기쁨을 느낀 것으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