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너 혼자 실컷 기름져라

에세이

by 희원이

수학 과외를 하면서 용돈을 벌던 친구가 있었다.

그는 거의 매일과 다름없이 열심히 가르쳤고, 그렇게

과외 몇 건을 맡아 돈을 벌고 있었다.


나도 가끔은 과외를 해보려 생각했지만, 매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친구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고, 그에게 은근히 심술이 났다. 당시

특별히 용돈을 벌 일이 없어도 그냥 묘하게 질투심이 났던 모양이다.


그 친구가 자신감 있게 과외를 고르는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이

어쩐지 신경이 쓰였다.

“그래! 너 혼자 실컷 기름져라!”


혼자서 두 과외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상황으로 기억한다. 그때 처음에는 별 뜻이 없었는데

친구의 반응을 보고 경솔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름대로는 실제로 질투했다기보다는

좀 아무 생각 없이 말했던 것인데, 좀 엉뚱한 말처럼 받아들여지길 바랐는데, 역시 센스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과외 좀 나누어주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바람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이없어 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니

그 말을 뱉은 게 후회스럽고 조금은 민망했다.

내가 좀 생각 없이 말한다는 자책도 했다.

그때는 그런 식의 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나?

친한 친구라 우리끼리 좀 짓궂은 장난을 칠 수도 있는데

실제로 다른 친구들은 그렇기도 했지만,

내 경우에는 좀, 별안간, 툭 내뱉는 말이

굉장히 뜬금없이 당황스럽게 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묘하게 상대를 의문의 1패로 만든다든지 하는

그런 유의 센스 없음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 시간이 좀 더 흘러 결국 그가 맡았던

수학 과외를 내가 하게 되었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가르쳤던 학생과도 제법 오랫동안 연락하면서

좋은 인연으로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 친구는 갑자기 왜 내게 수학 과외를 넘겼던 거지? 어학연수라도 갔었나? 기억이 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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