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밑 빠진 독 / 쓰지 않기 위해 공부하기

에세이

by 희원이
영어, 밑 빠진 독


영어라는 건 늘 내게

한없이 부족한 물처럼


왜 이리도 부족할까?

밑이 빠졌으니 그렇지,

붓는 족족

새어나가는 물을 보며


회화부터 토익 공부까지, 어쩌면

어쩌면 이런데도 계속

물을 부어야 하나?


밑 빠진 독이 오르고,

병 얻고 약이 올랐다.





쓰지 않기 위해 공부하기


생각해 보면, 그동안 학습했던

그 많은 지식은

마치 쓰지 않기 위해,

그러니까 써먹지 않기 위해

공부한 것처럼 느껴진다.


과연 쓸모가 있을까 싶어 열심히 했던

여러 과목들이었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그 지식들은 대부분

잊히거나 무의미해져버렸다.


대학 시절 공부했던 과목들 중 일부는 단지

지원자를 거르는 과정일 뿐이었고, 그나마 혹시나


쓸모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지식들도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듯하다.


대입과 취업을 위한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기준에 맞춰 공부했던 것들은 결국

선발 기준일 뿐, 나의 삶과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적은

거의 없었다.


요즘에는 다양한 경험과 자격증을

자기소개서에 가득 채우는 시대다.

다양한 경험을 갖춰야 성공적인 지원자가 된다는 믿음 속에서,

우리는 자소서를 위해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실질적인 성취나 목표보다는 그저 자소서를 채우기 위한 스펙들이 필요해진다.

자기소개서에 쓸 경험을 쌓기 위해 애를 쓸수록,

현실에서 그 경험들은 그저

종이 위에 적히기 위해 존재의 의의를

다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애써 수집한 스펙들을 들고 회사에 들어가면,

비로소 ‘신참’이 된다.

그리고 그동안 혹시 몰라 익혀두었던 수많은 지식을 녹이 슨 채 방치하고는

꼭 필요한 몇 가지 지식에 집중하게 된다.

그중에는 조직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배우는

회사 정치학이라는 과목이 있을 것이다. 처세는

평소에는 배우지 않았지만,

어쩌면 신참이 된 이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하는 과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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