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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와 권력 구조: 토르, 아이언맨, 슈퍼맨, 헐크, 그리고 오딘
정치 제도를 설명할 때 딱딱한 법조문 대신 슈퍼히어로를 소환하면 훨씬 직관적이다. 미국식 대통령제는 토르다. 가장 상위 신인 아버지 오딘을 닮은 자식이다. 왕을 모델로 한 민주적 군주로서 대통령과 어울리는 캐릭터인 셈이다. 그는 번개 망치를 쥔 채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왕이 아니라 선출된 영웅이지만, 막강한 힘을 지녔다. 그가 생각하는 힘의 방향이 곧 국정의 방향이 된다. 다만 토르는 늘 어벤져스라는 견제 장치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의회, 사법부, 연방제라는 동료들이 없으면 토르의 망치는 때로 폭주한다.
핀란드식 대통령은 아이언맨에 가깝다. 혼자서는 심장이 아픈 인간일 뿐이지만, 아머 수트(의회 권한)와 합쳐질 때 비로소 진정한 슈퍼히어로가 된다. 아이언맨은 토르처럼 신적 카리스마는 없으나, 과학기술과 동료 협업 덕에 위력을 발휘한다. 의회 신임을 잃는 순간, 아이언맨은 그냥 ‘토니 스타크’로 돌아간다. 의회 혼자서 슈트 단독으로 날아다닐 만큼 오히려 슈트의 존재감이 강하다. 대통령은 인간일 때는 인간이고, 수트와 결합될 때만 초능력자가 되는 구조다.
오스트리아식 대통령은 슈퍼맨이다. 사실 초능력은 다 갖추고 있다. 하늘도 날 수 있고, 눈에서 레이저도 쏠 수 있다. 하지만 그 힘을 거의 쓰지 않는다. 헌법상 권한은 꽤 많지만 관례상 평시에는 쓰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근본은 권한이 막강한 편이다. 그는 안경을 끼고 클라크로 살아가며, 관례상 힘을 봉인해 둔다. 안경은 힘을 가두는 요소라기보다는 그냥 캐릭터의 변화를 대중이 보기 편하도록 해놓은 표면적인 장치일 뿐이다. 그는 안경만 벗으면 막강한 대통령이 된다. 그리고 사실 언제든 국가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는 권한은 원래부터 존재했다. 그가 원래 초능력자이듯이.
그렇다면 한국형 K-이원집정부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헐크 혹은 늑대인간이다. 평소에는 그저 핀란드식 대통령이 그렇듯 인간이다. 그리고 의회·총리와 나누어 권력을 행사한다. 특별히 강하지도 않고, 때로는 힘겹게 조율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보름달이 차오르는 날, 그렇게 ‘비상대권’이 선포되는 순간, 평범한 인간은 늑대인간으로 변신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원래 그런 힘을 인간일 때도 숨기고 있던 것이 아니다. 헐크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상황에서 분노가 팽창할 때 스스로 의도하지 못한 채로 특정 조건에 부합하면 갑자기 괴력을 발휘한다. 그렇게 그는 없던 권력을 갑자기 추가로 부여받는다. 전시계엄 때 그렇다. 다른 비상대권 발동 때도 그러지는 않고 제한적인 권력을 쓰지만, 전시계엄 때는 달라진다. 그렇게 군을 동원하고 국가 시스템을 장악할 권한이 부여된다. 평소에는 사람 같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괴력이 튀어나오는 것이 K-이원집정부제 대통령의 초상이다.
마지막으로 군주제의 왕은 오딘이다. 모든 신들의 아버지로, 권위와 전통의 화신이다. 오딘은 토르를 내려다보며 한숨 쉰다.
“토르야, 네가 어벤져스 친구들이랑 어울리니까 아직 나처럼 못 되는 거다. 왜 내 눈처럼 세상을 꿰뚫지 못하느냐?”
오딘에게는 견제와 균형이 사소한 보좌에 불과하다. 그가 보기엔 토르는 미성숙한 아들이자 제한된 힘만 가진 후계자일 뿐이다. 왕정의 권위가 곧 신의 권능이었으나, 토르는 민주적 제도라는 족쇄를 찬 ‘불완전한 오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