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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의 날

놀이글 & 방 청소

by 희원이

♬ 방 청소

방- 을 대청소할 때면 이미 많은 것이 쌓여 있다. 나도 모르게.


청- 명한 날씨에 창문을 활짝 연다. 고양이는 멀뚱거리며 사람이 하는 짓을 무심히 보고, 때로는 하품을 한다.

소- 란과 난장을 허용한 뒤에야 비로소 질서를 찾는, 내 방.





√ 대청소의 날


방을 대청소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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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늘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날이었다. 먼지가 쌓여 무겁게 기침을 유발하던 책꽂이, 어느새 바닥을 점령한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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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차곡차곡 모아둔 기억이 흙먼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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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려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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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활짝 열자, 바깥에서 바람이 밀려들었다. 바람은 오래된 책갈피를 스스로 넘기듯 종이를 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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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그 소리에 귀를 세우다가 이내 몸을 둥글게 말았다. 무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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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알고 있는 듯.

의도적인 난장 속에서 나는 손으로, 눈으로, 마음으로 하나씩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분류했다. 기억의 파편들이 쓰레기봉투에 담길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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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묘하게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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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고양이는 새로 정돈된 바닥 위에 드러눕더니 하품을 했다. 고양이를 품은 방 역시 조용히 숨을 고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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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했다. 질서는 언제나 소란 뒤에야 온다. 그리고 그 소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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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정돈되어 있는 것이냥!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브라이언 이노 - Discreet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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