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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볕, 고양이

원피스 & 고흐

by 희원이

♬ 볕드는 창가에 놓인 꿈

볕- 이 들었다.


드- 나드는 사람들의

는- 그림자만이 볕의 지루함만큼이나 길어졌다.


창- 밖으로 길고양이가 보였다. 고양이는 실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눈을 마주쳤다.

가- 엾은 것, 따뜻한 봄볕의 그날 길고양이는 나를 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누가 들으면 내가 고양이에게 말한 것으로 착각할 만한 문구였다.

에- 처롭게도 사실이었다. 그건 내게 어울릴 만한 문구였다. ‘가엾은 것.’


놓- 지 못할 것투성이면 가엾어진다는 걸 그때

인- 정해야 했다.


꿈- 은 단순명료했다.





√ 의자, 볕, 고양이



볕드는 창가에 의자가 있었다.

누군가 막 일어서 나간 자리 같았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 볕이 들어 그랬을 것이다. 나무 등받이를 감싸듯 오후의 볕이 길게 누웠다. 드나드는 사람들의 그림자만이 햇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볕의 지루함만큼 그림자는 길었고, 그 지루함이 방 안의 시간을 천천히 썩히고 있었다.


창밖에서는 길고양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한동안 서로를 관찰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며 혹시나 주인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주저하였고, 길고양이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어슬렁거리다 사람이 있다는 것에 경계를 하며 차마 의자에 접근하지 못했다.

나는 무심코 속삭였다. “가엾은 것.”

고양이는 대꾸하지 않았다. 알아들을 리도 없었다. 안전 거리 이상 떨어져 하품을 하면서 의자와 나를 찬찬히 둘러보듯 했다. 그러고는 햇살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남은 것은 의자와 볕뿐이었다. 분명히 텅 비어있음에도 어쩐지 놓지 못한 것들로 실내가 가득했다. 정작 앉을 사람은 없었을 뿐이다. 기울어가던 볕이 의자에 잠시 걸렸다가,

천천히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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