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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타향살이, 그래, 샤프란이라도 쓰자

삼행시 & 백석

by 희원이


나- 이를 먹고

타- 향살이, 옷 잘 못 빨아 냄새 나지 않으려면, 그래

샤- 프란이라도 많이 쓰자.

를- 하는 말이지만, 고된 몸을 이끌고


사- 적인 일을 처리하는 것도 귀찮지만, 대신 해줄 이 없고, 일하다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그렇다고 나를 위해 그들이 주말에 일해야 한다는 생각도

랑- 만적이지 못하다.

은- 은한 어둠이 묽어지는 새벽에


하- 염없이 사무치는 신선 배송품이여!

고- 맙지만, 미안하다.





last ciggarette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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