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 봄은 울고 봄은 태어나고
봄- 은 다시 올까요?
은- 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울- 리던 종소리
고- 단한 오후의
봄- 볕은
은- 밀한 꿈을
태- 우고
어- 저께 잠결에 들었던
나- 른한 그리움을
고- 민한다.
√ 종소리가 지나간 자리
오후 네 시, 아직 봄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이른 바람이 골목을 훑고 지나갔다. 창문을 절반만 연 채, 그는 따뜻해지지도 차갑지도 않은 공기 속에서 가만히 커튼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커튼 끝이 아주 조금씩 흔들렸다. 마치 망설이는 사람처럼.
멀리서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건 어쩐지 정확히 몇 타인지 셀 수 있을 만큼 또렷했지만, 이상하게도 무엇의 시작도 끝도 아닌 종소리였다. 그는 그 소리를 들었다고 믿은 순간부터 그 소리를 좇으며 상상하며 계속 흩어지며 희미해지는 소리를 끝까지 붙들어 보려 했다. 문득, 예전에 누군가와 나란히 서서 아무 말 없이 종소리를 듣던 순간을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때도 이런 오후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테이블 위에는 마시다 남은 미지근한 커피와, 반쯤 접힌 편지가 놓여 있었다. 그는 편지를 완전히 펼치지 못한 채 며칠을 그렇게 두고 있었다. 열면 무언가 달라질 것 같았고, 그대로 두면 지금의 조용함이 계속될 것 같았다.
햇볕이 창틀을 넘어 방 안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왔다. 먼지가 반짝이며 떠올랐다. 그는 그 빛 속에서, 어젯밤 잠결에 스쳐 지나간 얼굴 하나를 떠올렸다. 선명하지도 흐릿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붙잡을 수도 없는 얼굴. 이상하게 마음이 느슨해졌다. 아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다만 나른한 그리움만 남았다.
그는 결국 편지를 열지 않았다. 대신 컵을 들어 한 모금 더 마셨다. 쓰지도 달지도 않은 맛이 입 안에 잠시 머물렀다.
‘봄은 다시 올까. 다시 오겠지.’
너무도 당연하게 오고야 말 봄을 두고, 그렇게 궁금해하다 실없다 여기며 희미하게 웃었다.
소리 내지 않은 질문이 방 안에 남았다. 종소리는 이미 멀어졌고, 바람도 다시 불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채, 오후와 함께 가만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