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느라,

삼행시 & 백석

by 희원이

눈- 물이

이- 로울 때도 있었다.


푹- 찐 감자 같은 얼굴로 땀을 흘리듯

푹- 꺼진 눈빛으로


쌓- 았던 눈물 한 방울 터트리면

이- 건 뭐,

는- 물의 승리.


밤- 톨 같은 얼굴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당황하여


흰-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당- 장에 무슨 변명이라도 해서

나- 락으로 떨어질 상황을 모면해야 했다.

귀- 한 일이었다.


타- 요버스는 몇 번이고 스쳐 보내고

고- 스란히 시간을 쏟았다. 왜 사인을 안 받아왔는지 군색한 이유를 반복하며,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느라,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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