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오래 전 에펠탑을 보았을 땐 이런 생각을 했지.
"에펠탑, 너의 높이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손을 뻗어 낚아채선"
"장대한 성취를 이룬 뒤"
"너를 한 입에 삼켜버리고 말겠어! 세상이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말이야."
이런 이야기를 남들에게 한다면 그들은 무심코 듣다가,
"으익! 미친 거 아니야? 이상과 현실 괴리 대마왕!"이라고 할 테지.
물론, 알지. 일장춘몽이었다는 것을.
어제는 꿈을 꾸었지. 우리 고등학교 시절 예쁘장했던 여자아이가 "터프"라는 것이었지. 트랜스젠더 혐오 페미니스트란 희한한 용어였지. 꿈에서만 그랬지. 회계사가 된 그 아이가 뭘 하는지도 모르니. 그런데 뜬금없이 어제 꿈에는 친구들이 그 아이 이야기를 했지. 맥락 없이. 전혀 상관도 없는 아이인데 말이야.
마치, 에펠탑처럼.
이젠 그 어떤 맥락과도 상관없이, 에펠탑에는 나와 상관없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그들이 떨어뜨리는 과자를 주워먹으려는 야생동물과,
과자를 던져달라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 자기가 그걸 알란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나름의 생존 노력이 있기 마련이지.
에펠탑이 불이 들어와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해
눈이 퀭해진 아이는 어느덧
그곳의 바닥에 눌어붙었고,
그러지 않기 위해 눈을 억지로 크게 뜨며 에펠탑의 밤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지. 방심하면
어떤 과자가 스치며 어떤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서는 말이야. 그러다 순간순간
힘겹게 뜨고 있던 눈이 감기고
영혼이 광탈해서는
아무데서나 깊은 잠에 빠지게 될지도 몰라.
길거리 동료가 아무리 깨워도 도무지 깰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에 들면, 꿈을 꾸겠지. 그 꿈에서는 예전과 달리
광란의 나이트 파티장에서 춤을 추고 있거나,
광활하고도 한없이 어두운, 그러니까 에펠탑 불 꺼진 어느 짙은 어둠의 새벽처럼 우주를 유영하는 꿈일 수도 있어.
그도 아니라면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떠도는 꿈일 거야. 스탈린과 푸틴의 제국의 이념으로 타락한 공산주의처럼
에펠탑도 희미하게 흔들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