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목차: 놀이글의 비평]
Ⅰ. 서론
Ⅱ. 본론
Ⅱ-1. 이론적 배경(a) : 놀이란 무엇인가
1) 놀이의 범위
☞ 놀이와 비놀이로 구성된 일상
☞ 놀이와 비놀이에서 파생한 일
☞ 놀이와 게임(스포츠)의 친연성
☞ 놀이와 게임(스포츠)의 차이
2) 놀이의 종류
☞ 무언가의 대비인 놀이
☞ 무언가의 교집합인 놀이
☞ 무언가의 수단인 놀이
☞ 일상과 산업 논리로 본 놀이
☞ 전통 민속놀이와 현대의 놀이
☞ 참여자 숫자를 기준으로 본 놀이
☞ 참여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본 놀이
☞ 놀이의 대립적 성격과 화합적 성격
Ⅱ-2. 이론적 배경(b) : 놀이의 비평
Ⅱ-3. 응용 사례 : 놀이글
Ⅲ. 결론
참고문헌
미주
☞ 놀이와 게임(스포츠)의 친연성
놀이와 비놀이로 나눌 때 놀이에서 파생한 일 중에는 관점에 따라서 일이 되기도 하고 여전히 놀이이기도 한 모호한 정체성의 일도 있다. 바로 게임과 스포츠다. 사실 게임과 스포츠의 경우 놀이에서 발전했지만,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딱히 직업이 될 만한 성격의 활동이 아니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들어 스포츠 산업과 게임 산업 등의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이 분야의 직업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스포츠나 게임에 직접 참여하여 놀이를 하는 운동선수, 게이머 등이 일로써 자신의 전문 직종에 종사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일반적인 일이나 예술, 학문과 비교할 때 게임이나 스포츠에서 일이란 여전히 놀이의 특성을 강하게 띤다. 산업적 이해관계로 ‘하는 놀이’와 ‘보는 놀이’가 구분되고 잘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게임을 하면서 스포츠가 발전했다(주1). 마니아들은 그들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흥미를 느낀다. 또한 그들이 하듯 운동이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즉 이 경우엔 일이라고 할 영역이 있고, 놀이라고 할 영역이 있다.
음악 등의 예술에서도 즉흥적이고 게임적인 요소가 있지만 그 강도는 운동경기나 게임 등이 훨씬 강하다. 굳이 놀이와의 친연성에 서열을 매긴다면, 게임과 운동경기가 가장 놀이와 관련성이 높고 그다음이 예술일 것이다. 재즈의 즉흥 연주, 추상표현주의자인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 바로크 음악의 카덴차 등등 예술의 상호적이고 즉흥적인 요소들은 놀이적인 특성이 강하다. 그다음으로는 학문일 수도 있고, 일반적인 일일 수도 있다. ‘놀이가 지닌 불균질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불가해함은 학문을 새로운 경지로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문에는 엄격한 특성도 있어서 놀이의 특성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성숙한 학문은 놀이적 특성을 배제하고, 명확하고 균질적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확립된다. 이처럼 학문이 놀이에서 멀어지고 나면, 학문이 놀이적 특성과 관련 있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일반적인 일이 놀이적 특성을 더 강하게 띠기도 한다. 재판과 기업의 치열한 경쟁 등등 규칙을 지키며 대결하는 과정이 일반적인 일에서 엿보일 때가 있는데, 이런 면은 게임을 닮았다. 관점에 따라 일반적인 일과 학문 중 어느 것이 놀이와 더 친연성이 높은지 결과는 달라진다.
☞ 놀이와 게임(스포츠)의 차이
어쨌든 게임과 스포츠 등이 놀이와 가장 친연성이 높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전히 게임이나 스포츠 등에서 ‘play’라는 동사를 쓰기는 하지만 그 어감은 묘하게 다르다. 동네에서 즐겁게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하는 것과 정식 야구장에서 한국시리즈에 참가하여 경기를 펼치는 것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동네에서 친목 차원에서 야구 경기를 하는 것과 프로 선수가 다음 해 최고 연봉과 한국 야구사의 위대한 기록을 꿈꾸는 것과는 그 차원이 많이 다르다(주2).
산업적 논리가 강해지면서 더는 놀이와 같은 선상에서 놓기가 어려워졌다. 프로야구 선수는 아무나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매우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그 자리에 섰기에 단순히 즐겁게 논다고만 말할 수도 없다. 거액이 오가는 산업 논리 때문에 꽉 짜인 일정에 따라 경기를 해야 한다. 한국프로야구 협회에서 규정한 규칙에 따라 자신의 팀을 결정하고 경기해야 한다. 더는 놀이의 차원에서 볼 수 없다.
이처럼 보는 경기와 ‘직접 하면서 즐기는 친목 차원의’ 놀이가 나뉘면서, 게임 산업과 스포츠산업은 놀이와 다른 맥락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놀이 자체로 게임이나 스포츠의 형식으로 변화하지 않고, 말 그대로 놀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하는 놀이’와 구별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연예인들이 소꿉놀이 등의 역할 놀이를 하면서 그 놀이 차제를 시청자에게 감상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럴 때 놀이 자체는 하나의 상품이 된 것이지만, 대개 놀이 자체보다는 게임의 형식일 때 산업 논리에 더 강하게 영향 받는다. 그래서 관전자는 아주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의 경기를 본 뒤, 동네에서 자기 나름대로 직접 즐긴다. 놀이의 경우는 상품으로서 놀이를 즐길 수는 있어도 그것의 논리에 맞춰서 동네에서 ‘하는 놀이’ 차원에서 역할놀이를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놀이와 게임에는 차이가 있다(주3).
그런가 하면 게임의 경우 보통 둘 이상이 엄밀한 규칙에 따라 승패를 나누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주4). 놀이도 여럿이 하지만, 엄격하게 승부를 가르거나 규칙을 지키는 것에 집중한다기보다는 함께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주1) 참고: 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292쪽
(주2) 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81~83쪽
(주3) 아이들의 경우에는 모방하여 놀이를 하기도 한다.
(주4) 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294쪽 / 참조: 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