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한 목사님의 설교 예화를 변용하였습니다.
전기청소기를 돌리던 최민영 씨는 성경을 펼치고는 화들짝 놀랐다. “창자가 비어져 나와”라는 문구에 눈이 걸리고 만 것이다.
“오, 주여…….”
단말마처럼 한 마디가 새어 나왔다. ‘아멘’이라고 하면 안 되었다. 그건 그렇게 될 것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할레루야’라며 주님의 영광을 외칠 수도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창자가 비어져 나와야 할 만큼 나쁜 짓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럴 때마다 두 가지 반응을 보이곤 했다. 우선, 본능적으로 성경을 다시 펼쳤다. 또 나쁜 것이 나오면 영 찜찜했다. 그렇게 계속 찜찜한 문구가 나오면 “그래, 이건 미신이야. 목사님도 점치듯 성경을 보지 말라고 하셨어.”라면서 애써 위안했다. 자신의 미신적 믿음을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괜히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일일이 나열하다 보면, 꼭 애매한 부분이 발견되기 마련이었다. ‘배탈이라도 나려나, 이건 다 은유지 실제로 이렇게 된다는 건 아니잖아’라면서 미신이라고 부인해놓고도, 어정쩡하게 그것을 완곡하게 현실에 적용해보기도 했다.
얼마 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신정통주의 신학자와 자유주의 성향의 신학자가 대담을 나눌 때, 이렇게 점치지 말라고 하면서, 살짝 비웃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고는 그때는 불쾌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참 위안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세상이란 참 모를 일이다. 싫어하는 사람에게서도 위안을 얻기도 했으니.
그때 딸의 방 문을 열자마자 사랑하는 존재에게서 위안을 얻었다. 유치원에 간 딸 아이로서는 울 일이었다. 반려견 깨미가 딸 아이가 좋아하던 곰돌이 인형을 물어뜯곤 했었는데, 기어이 그날 곰돌이의 배를 뜯어놓았기 때문이다. 곰돌이의 배에서는 솜털이 풀풀 날렸다.
“아멘…….”
최민영 씨의 표정이 자신도 모르게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