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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ug 29. 2023

작은 행성에도 극은 두 개다

 작은 행성에도 극은 두 개다. 끝과 끝, 소극들을 꿰뚫어 제 몸 돌리고는 기어이 항성을 중심점 삼는다. 점과 점, 항성과 행성이 그어놓은 너의 반지름. 보이지 않는 칼자국에 아프지는 않다. 그저, 작은 행성도 행성이므로 항성이 마련한 궤도를 따라 돌 뿐.

 항성에 가까워졌다 항성에서 멀어지는, 공전의 버릇. 그래, 작은 행성도 행성이다, 스스로 빛을 못내도, 항성의 빛을 받아도, 되는. 항성의 몇 번째 행성이라는 작은 행성, 이름은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도 너는

 늘 그 자리에서 열심히 돌 테니. 타원형 궤적을 그리며

 공전한다, 라고 기억할게. 항성에 가까워지면 뜨거워지고 항성에서 멀어지면 차가워지는,

 지구에서는 한 점의 깨알인 항성에 붙은 짧은 주석.

 

 무심코 끝이라 여기고 덮은 책장에 몸을 숨긴 채

 끊임없이 도는,

 별의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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