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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편(3): 시민지성과 오타쿠

에세이

by 희원이

[목차: 나는 무엇을 쓰고 있나]

◑ 저술 목록의 흐름

♬ 발화점: 맹아기

♬ 이론편

♬ 실천편

♬ 침체기

♬ 에필로그: 지향점

♬ 후일담


[소개글]
- 놀이글의 스타일을 적용한 저술 자기소개서입니다.
- 그림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결국 저는 그때 시민예술가와 지식놀이꾼이란 정체성에 집중하기로 했죠. 모든 걸 해보고도 싶었지만, 실력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과욕 같았어요. 일단은 시민예술 분야, 즉 예술가적인 정체성으로 접근해보고 싶었죠.
지식놀이꾼은 시민예술가와 교집합적인 면을 먼저 주목했고요. 너무 지식적 요소를 사상처럼 풀어내는 것은 자제하려고 했죠."
- "네, 처음에는 간단히 덕질을 했는데, 그게 개인적으로 재미도 있었고, 10년 전 당시에는 연예인의 팬들과 소통하기도 좋았죠.
그런데 갑자기 뭐하고 있나 싶기도 했죠. 정말 말 그대로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기도 했죠. 그럴 바에야 이것을 진지하게 글쓰기 형식으로 검토해보기로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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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는 그때 시민예술가와 지식놀이꾼이란 정체성에 집중하기로 했죠. 모든 걸 해보고도 싶었지만, 실력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과욕 같았어요. 일단은 시민예술 분야, 즉 예술가적인 정체성으로 접근해보고 싶었죠.

지식놀이꾼은 시민예술가와 교집합적인 면을 먼저 주목했고요. 너무 지식적 요소를 사상처럼 풀어내는 것은 자제하려고 했죠.


이에 대해서 출판 작업과 함께 블로그 작업으로 이원화해서 여러 시도를 검토하고 실행에 옮겼죠.





IMG_2688.PNG → 체면 차리는 나


우선 블로그에서 여러 작업을 했어요. 실패하면서 점검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이니까요.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도 했고요. 정말 여러 시도를 했죠. 말도 안 되는 것 같거나, 설익은 시도라도 상관 없었죠. 시간 낭비 같다고 느낄 때도 있었어요. 그만큼 많은 분량을 써보면서 헛돌기도 많이 헛돌았어요. 똑똑한 사람이라면 간결하게 해결했을 일이었겠지만, 모든 걸 경험하며 일일이 고민했던 거죠. 답이 뻔해보이는 것조차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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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산문이라고 하면 되는데, 거기서 나름대로 재포장한 시도도 있었죠. 농담글, 생각글, 잡담글 하는 식으로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산문인데 말이죠. 미니픽션을 토대로 콩트, 짧은허구, 에피소드, 팁스토리, 비글(非글, B글, Beagle)라는 식으로 용어를 바꾸면서 조금씩 특징이 달리 보이는지도 살펴보았죠.


에세이의 관점이면서도 무형식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반드시 경험적인 수필의 규칙이 아니라, 조금 더 픽션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적용하고 싶었어요. 사소설적인 것도 있겠지만, 트리트먼트 형식처럼 조금 더 상세하게 다양한 장르적 소재를 쓰는 것 말이죠. 기사 문체로 쓸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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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구성으로 덧입는 게 조금 번거로웠던 것 때문에 조금 더 단순화한 것에 대해 저 스스로 체험하는 과정이었어요. 여기서 짧게 말했지만, 꽤 긴 시간 동안 느슨하게 이런 형식을 점검해보았죠. 저만의 의견을 가질 때까지요.

이런 시도는 시민예술가로서 행한 것이고요. 주요 글쓰기 형식은 에세이의 느슨하고 관대한 특성을 토대로 한 것이면서, 기존의 글쓰기 형식을 나만의 방식으로 수용해보려는 과정이었습니다.


“시간 낭비한 걸 그런 해석으로 변명하고 싶겠지. 하기야 연예인 덕질을 하면서 나름 현실적 모색도 해보겠다는 발버둥이었겠지만서도. 그 시간에 소설을 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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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체를 새롭게 체험하려는 노력과 함께, 맞아요, 연예인 덕질을 했던 때죠. 연예인 덕질을 통하여 지금 이름으론 ‘놀이글’이란 형식을 점검하고 있었거든요. 언뜻 포토 에세이, 그림책, 그림 에세이 등등으로 볼 수 있죠. 그 스타일도 놀이글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도 되고요.


블로그나 트위터에서 사진이나 그림으로 각종 멘트를 달아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그렇고요. 만화 교양서라든지, 만화적 대사로 웃음을 유발하는 작업이라면 놀이글과 통한다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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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처음에는 간단히 덕질을 했는데, 그게 개인적으로 재미도 있었고, 10년 전 당시에는 연예인의 팬들과 소통하기도 좋았죠.

그런데 갑자기 뭐하고 있나 싶기도 했죠. 정말 말 그대로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기도 했죠. 그럴 바에야 이것을 진지하게 글쓰기 형식으로 검토해보기로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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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망했다 싶었던 나]
“처음에는 나이 들어 연예인 덕질하는 걸 두고, 비밀로 하거나, 좀 그럴 듯하게 포장했죠. 원래부터 새로운 글쓰기 실험을 위한 것이었다고요.
솔직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연예인 덕질, 팬질이 좋았기도 하고, 팬들이 망상 연애를 하는 것도 제게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게 진실이죠.”

“정신을 차려보니 덕질을 해도 너무 많이 한 것이죠. 시쳇말로 ‘이번 생은 망했다’ 싶기도 하고, 모든 걸 회복하고 싶어서 오래된 버릇을 끊으려고도 해보았고요. 어쨌든 그때부터 시간 낭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윤색을 한 것이고요. 다행히 윤색한 걸 책임지기 위해 실제로 놀이글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는 했답니다. 그게 15년 동안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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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은 나, 희원이]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그냥 놀이글 감각을 유지하면서 덕질을 기계적으로 했죠. 헬스장에서 역기를 들듯이요. 오래된 일상 같다고 해야 할까요. 남들이 기묘하게 보든 말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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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과정은 재즈의 상호 반응 연주 과정을 흉내낸 거죠. 실시간 즉흥 창작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연의 충돌이라고 해야 할까요.

원래 이것도 서로 명시적으로 합의하고, 서로가 각자의 작업이나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놀이적이라고 생각했죠. 최소 2인 이상이 하는 것으로 보았는데 사실 혼자서 하는 놀이도 있잖아요?


저는 그걸 가상으로 누군가와 핑퐁 게임, 티키타카 놀이를 한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한 것이죠. 어쩌면 망상적으로 서로가 대화하고 있다고 착각한 면도 있었고요. 안 그런 걸 알면서도 몰입하다 보면, 그러한 오타쿠적인 기질이 드러나더군요. 그걸 통제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많은 덕질을 할 수 있었지만, 폐인 같다고 할 면도 분명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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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참, 흑역사지. 흑역사. 하지만 그만큼 열정적이었어. 애써 변명하는 거라 해도.
그런데 사실 남의 시선으로 말해서 그렇지, 그 순간 정말 재미 있었다우. 그게 엑스레이에 찍힌 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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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연예인을 택한 거지만, 연예인은 공개된 이미지를 폭넓게 팬들이 2차 창작 하는 데에 활용하니까요. 일반인을 택할 순 없었죠. 그렇게 연예인을 택했다고, 네, 그렇게 핑계를 대는 거죠. 어쨌든 그런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그러니까 특정 연예인이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하면, 그것을 바로 정리해서 그것으로 실시간 창작을 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과정이 더 중요하고, 놀이적 속성을 극대화했다는 의미로 나중에야 놀이글이라 말했죠. 이걸 더 정확히 말하면 ‘연예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콜라주한 2차 가공 팬질글’이라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이미지를 활용하여 상호 반응하는 방식의 글을 놀이글로 불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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