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목차: 나는 무엇을 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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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 놀이글의 스타일을 적용한 저술 자기소개서입니다.
- 그림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물론 놀이글에는 그런 놀이글만 있는 게 아니죠. 어린이를 독자 대상으로 삼은 놀이글도 있을 텐데, 그건 일단 제게는 고려 대상은 아니었어요. 작동 구조만 똑같다면 놀이글이라고 부를 만하지만요. 제게 놀이글은 과정이 중요한 글, 원래 의도와 다르게 엉뚱하게 콜라주하는 글, 놀이적 요소가 강한 글을 뜻했는데,"
- "이러한 요소가 혼재된 용어가 놀이글이었고, 처음에는 그냥 혼재해서 썼죠. 지금 와서는 즉흥적 우연성을 강조하는 것, 제한적 규칙을 두고 서로가 과정의 놀이를 즐기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지만요."
물론 놀이글에는 그런 놀이글만 있는 게 아니죠. 어린이를 독자 대상으로 삼은 놀이글도 있을 텐데, 그건 일단 제게는 고려 대상은 아니었어요. 작동 구조만 똑같다면 놀이글이라고 부를 만하지만요. 제게 놀이글은 과정이 중요한 글, 원래 의도와 다르게 엉뚱하게 콜라주하는 글, 놀이적 요소가 강한 글을 뜻했는데, 사실 원래 의도와 다르게 독특하게 엉뚱한 글은 시민예술적으로 볼 때 비글이기도 했어요. B급 소설만 봐도 엄청 엉뚱하고 웃기잖아요.
내가 나오면 일단 B급이 되는 것 같지 않소?
“단순히 B급 소설이라면 A급 소설과는 다른 결의 소재나 문체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결과로서의 예술이고요.”
이러한 요소가 혼재된 용어가 놀이글이었고, 처음에는 그냥 혼재해서 썼죠. 지금 와서는 즉흥적 우연성을 강조하는 것, 제한적 규칙을 두고 서로가 과정의 놀이를 즐기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지만요.
그럴 때 이 형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니까요. 과정과 놀이와 즉흥과 제한된 규칙에 방점을 찍고 나니, 전혀 다른 방향성을 품게 되었죠. 겉으로는 포토 에세이나 B급 소설과 유사해보여도요.
우선 배틀랩이나 시조 즉흥 창작 대결로 파생할 수 있었죠. 토론 대회도 떠올릴 만하죠. 놀이성을 강조하면 전혀 다른 방향의 파생을 상상하게 되죠.
실시간 창작 대결은 놀이적이니까요. 게임성이 강화되면서 대회적 성격을 띠는데, 이는 여기서 생략할게요. <놀이글의 비평>에서 정리하긴 했지만요.
실시간 창작 대결 대신 제한된 이미지를 반복 활용해서 계속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떠올릴 수 있죠. 또는 매 단계에서 철인5종 경기처럼 각 글쓰기 형식으로 창작하고, 그것을 다시 해체 재조합해서 그다음 단계의 ‘빌드업’을 하는 식으로, 매 단계의 완성품을 보여주는 과정의 놀이를 구상했었죠. 제한된 규칙 덕분에 놀이성이 발생하는 거죠.
제한적 규칙을 인정하는 것에서 오는 묘미인데, 이런 생각은 울리포프레스의 전위적 사고 방식과도 닮아있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그렇게 진중하지는 못하겠지만요. (웃음)
집단 창작에서 오는 놀이적 긴장감을 연상할 수도 있어요. 팀 단위의 제한된 규칙에 따른 창작이죠. 팀을 짜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상호 반응하는 것도 생각했었죠. 이건 기질상 여럿이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지만요.
마음 같아서는 유튜브 크리에이브팀을 만들어 일러스트레이터나 사진가가 작업하면 그것으로 감독이자 저자가 반응하고, 이걸로 즉흥 연주곡을 만들어서, 동영상 편집자가 정리하여 유튜브에 발표하는 방식을 상상한 적은 있었죠. 마치 록밴드처럼 팀으로 활동하는 거고요.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는 느낌 때문이랄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놀이글을 좋아하죠. 물론 많은 문제도 있었죠. 해결하지 못해 놀이글을 놓으려고도 했죠. 또는 그냥 놀이글을 붙들고 자족하며 조용히 살자고 마음먹기도 했고요.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문제가 저작권 사안이었죠. 초상권 문제도 있고요. 키치적이고 B급적인 요소도 출판계에서 받아들여지려면 공을 많이 들여야 했죠. 요즘 다양한 웹소설이나 웹툰도 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요.
“그때는 이런 말을 하곤 했지요. 유치하긴 하지만, 그래도 ‘대충 살다가 때 되면 돼지여야겠다’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곤 했어요. 인생이 지지부진하고, 마음 먹은 것과 달리 하려는 것에는 아쉬운 게 있었어요.
더 지나니 그냥 이게 운명이라 받아들이지만요.”
나름대로 선명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도 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간단해보이지만, 연예인 이미지에 너무 의존적이 되었기에 그런지,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았어요. 저로서는요.
맞아요. 이 모든 게 사실 연예인 이미지에 의존적이 되는 바람에 다른 방향으론 동기부여가 안 되었던 것일 수도 있겠죠.
중독된 사랑이랄까요. 워우워우.
“나 도망갈래. 멀리 돌고 돌아, 너에게 다시 돌아오기 위해.”
한때는 놀이글을 살리려면 연예인 이미지를 따다 쓰는 오래된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도 여겼어요. 심리적 해방의 시도였죠. 연예인 이미지를 쓸 경우 지금 살아가는 존재라서 역동적인 장점이 있었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약점도 분명히 있었으니까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우선 저작권이 풀린 명화를 활용했어요. 또 직접 사진을 찍는 것을 검토한 것도 그랬죠.
하지만 거기도 바로 해결책이 보였던 건 아니었어요.
우선 명화를 검토하긴 했는데, 명화의 비중에 비해 글밥이 너무 적으면 그것도 문제였죠. 또 명화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놀이글을 치려고 해도 연예인 이미지의 역동적인 면보다는 둔탁하게 뽑혔죠. 그때는 그랬죠.
글밥을 늘리려고 해도 ‘그러면 굳이 명화를 붙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기획해서 긴 글을 쓴다는 감각이 거의 증발했었고요. 감각적으로 즉흥적으로 짧게 글을 치는 습관에 오래 젖다 보니, 긴 호흡을 잊었던 거죠.
무엇보다 ‘명화의 권위에 걸맞은 글을 쓸 수 있는가’ 하는 부담도 생겼죠.
직접 사진을 찍어서 제한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생기는 놀이적 가능성을 생각해볼 만한데도, 당시에는 우연성의 극대화에 미련이 크게 남은 터라, 일단 후순위였죠. 지금은 언젠가 활용할 방식이지만요.
“아, 아, 이제 와서 사진을 배워야 한다니요. 귀찮아요.”
이미지를 줄여서 작업한 뒤, 나중에 이미지를 떼도 무방하게 하는 작업도 생각했었죠. 이미지를 촘촘히 곳곳에 배치해서 이야기와 긴밀하게 맞물리면, 이미지는 불가역적인 요소가 되잖아요. 그걸 없애려는 시도였죠.
주류로 쓰지는 않지만, 여전히 창작 과정의 방법으로는 쓰죠.
원피스가 대표적이에요. 문체가 미묘하게 달라지더군요. 그냥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서 콩트를 쓴다든지, 시적 산문을 쓴다든지 했어요. 보이는 소재를 그대로 옮기는 것처럼 하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었죠. 놀이글인데, 이미지 한 장 혹은 맥락적으로 한 장이나 다름 없는 수준의 ‘적으면서 유사한’ 이미지로 하는 놀이글인 셈이죠.
아예 이미지를 없애고도 놀이적 속성을 유지하는 경우도 고려했죠. 지금도 놀이글과 함께 유력한 형식으로 선호하는 형식이죠.
삼행시에요. 이미 보편화되어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었죠. 그것으로 발표할 수준이 되면 더없이 좋겠으나, 역시 기존의 장벽을 넘으려면 아주 뛰어난 삼행시 작가가 있어야겠죠.
저는 직접 창작을 하면서,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나중에 모아보려고도 해요.
또 꼭 그게 아니더라도 그것을 통해 기계적으로 꾸준히 창작을 하면서 뜻밖의 소재를 얻기도 하죠. 즉 놀이글의 사전 단계로도 활용하는 거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글쓰기 외전: 과정과 놀이>에서 정리할 거고요. 원래 삼행시는 놀이글을 대체할 뻔한 형식이었거든요. 문체적으론 놀이글보다는 진중한 예술적 분위기를 띨 때도 있었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원피스와 엇비슷한 정서를 보여줄 때가 많았어요.
뭔가 기존의 출판계 분위기에서 약간의 요소만 극복한다면 받아들여질 것이란 희망을 품은 지점이었죠. 무엇보다 사람들이 따라하기 쉬웠고요.
그것으로 더 많은 소재를 긴 호흡으로, 산문적으로 활용하려면 조금 어려운 면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길게 쓰는 것보단 짧게 쓰자는 입장에 잘 부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