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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편(5): 독자의 문체

에세이

by 희원이

[목차: 나는 무엇을 쓰고 있나]

◑ 저술 목록의 흐름

♬ 발화점: 맹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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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편

♬ 침체기

♬ 에필로그: 지향점

♬ 후일담


[소개글]
- 놀이글의 스타일을 적용한 저술 자기소개서입니다.
- 그림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독자의 문체라는 것도 생길지 몰라요. 전문가에게 의지하면 영원히 전문가에게만 의지해야 하는데, 그러면 시민의 성장은 거기서 멈추겠죠. 어떤 걸 초벌로 판단 정립하고 어떤 걸 전문가를 통하여 판단해야 할지 추론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 "어쨌든 광의의 놀이글로는 협의의 놀이글, 원피스, 삼행시, 변용글, 뉴스픽션, 논술 놀이 등을 검토했었죠. 더 많은 놀이글이 있겠지만요. 저로선 나중에 삼행시콜라주를 더 고민하긴 했었거든요. 이건 뒤에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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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뉴스픽션도 고려했었죠.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하여 기록비평을 중요시 여겼는데, 가짜뉴스의 방식을 역으로 이용해서 뉴스 꾸미기 숙제를 하듯 큰 픽션의 줄거리와 배경을 활용하여 철저하게 그 사건이 있는 당시의 페이크 신문을 뉴스픽션으로 작업하는 방식도 구상하기는 했어요. 보통 중학교 숙제로 많이 나오잖아요.


“엄마, 제발 도와주세요. 내일 제출해야 해요. 놀다가 이 꼴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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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뉴스픽션에 이게 가짜라는 표식을 남겨두면서, 놀이적 속성의 지식놀이꾼으로서 기록비평과 시민기자의 훈련도 병행하는 것을 생각하기도 했죠. 딥페이크 시대가 다가올수록, 정보의 홍수 속에서 홀로 대면할 독자가 어떻게 정보를 대해야 하는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봐요.


“전 딥페이크 아니에요. 정말 있어요. 해골이 살아 움직인다는 게 믿기지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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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마련이라, 부정확함에도 우리가 논리적으로 분류하고 추론하며 우리가 할 수 있을 지점을 찾아내는 것. 그거죠.”


독자의 문체라는 것도 생길지 몰라요. 전문가에게 의지하면 영원히 전문가에게만 의지해야 하는데, 그러면 시민의 성장은 거기서 멈추겠죠. 어떤 걸 초벌로 판단 정립하고 어떤 걸 전문가를 통하여 판단해야 할지 추론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전문가를 흉내내지 않는 안락의자형 탐정 말이에요. 교조적인 흉내를 내며 함부로 단정하는 얼치기 시민이 되어선 안 되겠죠. 또한 시민은 전문가에게 무조건 의존하고 생각을 맡기는 버릇을 지우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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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도 있겠지만 그러한 진통 없이 시민이 더 성장해가는 건 어렵죠. 짧게 보면 절망적인 면도 있지만, 17세기부터 보면 느리더라도 시민은 성장해 있죠.

이제 민주적인 형식을 통해 전체주의 시대로 가는 걸 막으려면, 지성의 상향 평준화가 절실한데, 진통 없이 그러한 지적 성장이 가능할 수 있을까요.


시민은 훈련을 해야 하죠. 그런 맥락에서 딥페이크 시대로 갈수록, SNS가 발달할수록 미디어 비평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여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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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찰! 제한된 정보에서 최대로 의미를 추출하는 능력! 그게 다 되어도 올바른 신념은 저마다 다르고, 병든 신념을 옳다고 믿는 자들은 저처럼 죽지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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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픽션은 그런 걸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건데, 사실 이것도 NIE 교육 등에서 이미 활용한다고 봐야죠. 그래서 이건 시도하려다가 이미 집중하고 싶은 형식이 충분해서 접어두었죠. 더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면 재미 있을 것이라 보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자면, 논술 놀이도 있었죠. 다양한 가상 소재, 급진적 몽상적 SF적 소재를 활용하여 다양한 주장에 대해 제시문을 만들고, 여러 주장 유형을 모범 답안으로도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었어요. 지식 놀이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상충하는 주장을 풍요롭게 보여주면서 주장의 스펙트럼을 소개하려는 것이었어요. 얼마나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것이죠.





IMG_2718.PNG → 나, 희원이


이건 나중에 ‘번호글’이라는 형태로 잠깐 적용해보기는 한 셈이죠. 가상 다큐 인터뷰 미편집본 형식으로 몇 명의 인터뷰 대상자가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요. 누구를 선택한다기보다는 해당 주제에 대한 다양한 주장의 결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죠.

써보니 그리 재미 있지는 않아서, 놀이글을 대체하지는 못했지만요. 제가 써보았을 때 몸에 딱 붙는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거든요. 처음엔 아주 좋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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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글의 문구를 그대로 활용하여 재배치 편집을 함으로써 새로운 시로 탈바꿈하는 변용글 작업도 가끔 했어요.

물론 저작권 문제로 온라인에서 개인적으로 하는 작업이지만, 현재 문학치료 등에서 쓰인다고 알고 있어요. 그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보면 될 거예요. 탁월한 편집을 해보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에세이 저술가와 다른 큰 정체성이었죠.

탁월한 편집가의 자세는 사실 놀이글에도 어느 정도 스며 있는 거고요.


어쨌든 광의의 놀이글로는 협의의 놀이글, 원피스, 삼행시, 변용글, 뉴스픽션, 논술 놀이 등을 검토했었죠. 더 많은 놀이글이 있겠지만요. 저로선 나중에 삼행시콜라주를 더 고민하긴 했었거든요. 이건 뒤에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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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희원이]
“그 외에도 대본을 쓰면서 구어체를 탐구하고, 말하기의 부정확성, 모호성이 지닌 시민적 요소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걸 고민했고, 대본을 통하여 말의 충돌을 생각하면서 유튜브로 인공지능 성우가 낭독하는 방식을 실천해보기도 했어요. 처음엔 열광했지만, 곧 시들해졌고요.
그게 나중에 삼행시 콜라주의 번호글, 그리고 다시 놀이글로 그 장점을 수용하는 단계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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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블로그 작업을 토대로 현재는 놀이글과 삼행시로 주력 형식을 압축했고, 단 하나만 꼽으면 놀이글로 정했죠.

삼행시나 삼행시콜라주 등은 놀이글 창작 단계에서 사전 단계에 ‘아이디어의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이고요. 간혹 아주 좋은 경우만 시집을 묶듯이 삼행시선집을 염두에 둘 수 있겠지만요.


"삼행시 한 잔 마셔보아요. 아이디어가 샘솟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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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놀이글이라 부르는 협의의 놀이글은 사실 현재로선 4가지 유형으로 창작 되거든요. 첫째는 이미지를 받아다가 그것에 밀착해서 짧게 글밥을 치면서 쓰는 방식이죠. 둘째는 이미지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조금 유연하게 글밥을 많이 두면서 만드는 것이고, 셋째는 아예 글을 먼저 구상하고 적절히 이미지를 배치하는 것이죠.


그리고 넷째로는 보통 삼행시를 모아서 그걸 마중물 삼아 번호글(산문)이란 걸 추출하고, 다시 그걸 중심 글밥 삼아서 이미지를 배치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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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희원이]
“여하튼 이러한 것을 몇 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일단 놀이글을 15년 동안 썼고, 2019년부터 이미지에서 해방되고자 하면서 놀이글 속성을 유지하려고 말을 따와서 삼행시 운자로 삼는 일이 시작된 거예요. 그 전에는 그렇게까지 의식적으로 삼행시의 가능성을 검토한 적은 없었고요. 키워드를 정해서 그 몇 가지 키워드로 말을 만들어내는 놀이를 한 적은 있었지만요. 흔히 하잖아요. 시의 소재를 받고 그것에 맞춰서 시를 짓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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