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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기(1): 급하였고 헤매었고

에세이

by 희원이

[목차: 나는 무엇을 쓰고 있나]

◑ 저술 목록의 흐름

♬ 발화점: 맹아기

♬ 이론편

♬ 실천편

♬ 침체기

♬ 에필로그: 지향점

♬ 후일담


[소개글]
- 놀이글의 스타일을 적용한 저술 자기소개서입니다.
- 그림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2017년부터는 사실상 글을 접은 것과 다름없었죠. 생계에 집중했어요. 계속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충분히 써보았고, 쓰려다 좌초했던 수많은 잔해는 그저 마음 한구석에 묻어둘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논술을 가르치는 일상이 재미 있기도 했고요."
- "그런데 2022년에 들어서, 허무해지더군요. 일이 잘 안 풀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내면에서 샘솟는 어떤 갈망 같은 것이 있었으니까요. 무엇을 하고 있나 싶었죠.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진입한 길에서 모든 게 애매해졌다면, 도대체 만나고자 한 게 무엇인지 확실히 대면이나 해보자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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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체기


2017년부터는 사실상 글을 접은 것과 다름없었죠. 생계에 집중했어요. 계속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충분히 써보았고, 쓰려다 좌초했던 수많은 잔해는 그저 마음 한구석에 묻어둘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논술을 가르치는 일상이 재미 있기도 했고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꼴통처럼 던졌는데, 이도 저도 아닌 미지근한 상태이기도 했죠. 잠깐 동안은 글쓰기에 전혀 미련이 없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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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를 시기로 정리해보면 4단계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해요. 1단계는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과한 성과를 얻은 것이었어요. 재즈도 그렇고 시민지성 이론편을 할 때는 그런 면이 있었죠. 잠시 교만해지고 겁이 없었던 시기라고 해야 할까요. 과감하게 하려던 걸 풀어보려던 시기였죠. 내가 하고자 하는 쪽으로 욕심을 부려보던 때고요.


“그때 미치긴 했지요. 맑은 눈의 광인이었다고 할까요. 아, 저는 눈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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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생각보다 견고하고, 나 자신은 얼마나 부실했고 무모했는지 천천히 실감했지만요. 2단계였어요. 들쭉날쭉 지지부진한 초라한 성적의 모색기라고 해야 하겠죠. 다행히 몇몇 단행본을 출간했지만, 처절하게 안 팔렸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죠. 그나마 전자책으로 냈던 책은 나무라도 안 죽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대충 살다가 때 되면 돼지여야겠다. 배부른 돼지여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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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단계, 무기력한 일몰의 시기를 맞았어요. 2017년쯤 되자, 담담했죠.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때 아마 제가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회복하는 전환기를 맞았다면, 그냥 그 일을 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원래 보상 욕구라는 게 있고, 그걸 해소하면 굳이 다시 모험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지지부진하거나 쇠락하는 길로 접어들어 나이가 든다면, 어설프게 사느니, 이렇게 선택하게 된 그 일을 마무리 짓고자 할 거예요.

물론 몇 년 전만 해도 몰랐죠. 저 자신의 삶을 평범하게 돌려놓고자 했어요.


그러면서도 가끔은 방향 없이 꾸준하게 꾸역꾸역 연명하듯 글을 산발적으로 쓰는 시기가 있었죠. 4단계였어요. 나도 모르게 글을 쓰는데, 이렇게 자기 만족하는 글이나 쓰면서 늙어서 기념으로 정리나 하자 싶었죠. 생계에 집중하면서요.


그런데 2022년에 들어서, 허무해지더군요. 일이 잘 안 풀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내면에서 샘솟는 어떤 갈망 같은 것이 있었으니까요. 무엇을 하고 있나 싶었죠.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진입한 길에서 모든 게 애매해졌다면, 도대체 만나고자 한 게 무엇인지 확실히 대면이나 해보자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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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정체 모를 결실을 향하여 다시금 글쓰기에 불이 붙었어요. 5단계를 발아의 시기로 믿고 싶지만, 어쨌든 재도약, 재시동의 시기는 확실하죠.

정확히는 2022년 중순까지는 다른 일에 쫓기면서 조금씩 전진했죠. 예전과 달라진 건 분명한 목표로 단행본 분량을 정해놓고 작업물을 뽑으려는 것이었어요.

물론 처음에는 그동안 쓴 결과물 중에서 재활용하거나 선별해 모으려는 안이한 접근을 했어요. 아직은 그 정도였어요.


“그동안 써놓았던 놀이글과 삼행시를 노려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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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희원이]
“2022년 초로 돌아가보면, 갑자기 다시 글이 쓰고 싶어지고, 뭐하고 사는 건가 싶고, 그러다가 그동안 별 생각 없이 블로그에 쓰던 놀이글과 삼행시를 보며, 저작권 등의 문제로 시간 낭비라는 비판도 듣고, 뭐 수긍하는 생각도 들었죠. 삼행시는 어떻게 안 될까 싶고요. 놀이글은 미술가 이미지 썼을 때 지지부진했던 것이 기억났죠.”

“늘 하다 마는 시도였죠. 연예인 이미지로 하는 게 더 좋았으니까요. 그래서 명화로는 몇 번 하려다 귀찮아서 안 하다가 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작업을 진행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명화로 콜라주한 놀이글을 그러모아보았죠. 대충 그러모은 채 원고를 구성해 보았고요.
말 그대로 파편덩어리였어요. 맥락이 단일해지지 않은 거친 기록들이었죠. 그러나 기념으로 모으자 뭐 이런 접근이었어요. 삼행시도 그런 시도를 간헐적으로 했었죠.”

“삼행시도 제대로 하려면 콘셉트를 단일하게 짜면 좋은데, 늘 그렇듯 거기서 더 유기적으로 해체 재구성하자니, 엄청 귀찮았던 거죠. 그래서 그냥 아주 짧게 원고를 모아보았고, 기준이 애매해서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다고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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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삼행시 모으는 과정에서 갑자기 짜증이 나면서 명확한 기준을 붙들어보자 싶었고, 삼행시 콜라주를 시도헸던 거예요. 이미지를 펼쳐놓듯이 삼행시편을 여럿 펼쳐놓고, 거기에서 보이는 이야기를 추출하여 번호글로 앉힌 거죠. 시도하다 보니 이거다 싶었죠.

기준이 제가 느끼기엔 선명해 보였거든요.


처음엔 늘 ‘심봤다’를 외치죠. 곧 실망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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