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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Oct 03. 2023

우리는 무덤처럼 잠잠했다

삼행시

 광- 화문에는 교보문고가 있다. 오래 전부터 그곳에 교보문고가 있고,

 기- 대했던 책을 뒤적이던 추억이 있다.

 가- 수들의 앨범이 꽂혀 있고 


 탱- 탱한 설렘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 로마뇽인처럼 있다.

 처- 음처럼 여전히 도시를

 럼- 나드는 사람들이 만나는 약속 장소로 있다. 


 밀- 떡볶이보다 쌀 떡볶이가 좋다는

 려- 유롭고 흔한 한담처럼 있었으므로

 오- 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순간에 늘 점심 메뉴를

 고- 르려 하지만, 이곳은 무언가를 반드시 고를 필욘 없다는 듯이 있다. 


 웃- 동네에 있던 서점이 아랫동네로 내려와

 음- 지를 만들어낸다는 비판도 없던 때부터

 이- 제는 서점 자체가 사라지는 풍경 속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굳이 없어도 되는 것이 그래도 있기 때문에 그냥 있는 것처럼, 있다. 


 공- 허함은 갈망이 있을 때 느껴진다.

 짜- 장면은 먹고 싶을 때 하필 먹지 못하면, 그 순간 짜장면보다 맛있는 음식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로- 맨스도 준비가 되었을 때에나 아쉽고 


 전- 쟁처럼 훑고 가는 사랑도 그런 때에나 그립다.

 염- 장을 지르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기 짝을 찾아 떠나가고,

 되- 바라졌던 슬픔도 어느덧 한참 낡아 있다.

 니- 르바나는 이제 커트 코베인의 브랜드. 


 항- 생제처럼,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라는 진리를 깨닫더라도, 다시금 더 깊게 외로워지고,

 상- 시모집된 인생들은 교보문고에 저마다 다른 이유로 드나들고, 세상의 모든 지혜가 수없이 펼쳐지고 덮이는 그곳에서, 우리는 무덤처럼 잠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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