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 관용적인 패자부활전의 사회

[1.2]동호 & 천재론3.1

by 희원이

[목차: 천재론]

◑ 1부. 부자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천재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

♬ 천재는 홀로 태어나는가?

♬ 자본주의와 천재

◑ 2부. 창의적 도전과 보상 체계

♬ 인정 욕구와 눈치 보기

♬ 정당한 보상과 문화적 토양

♬ 천재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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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동호: 실패에 관용적인 패자부활전의 사회

또 회생 가능한 교육이란 실패에 관용적인 분위기와도 연관된다고 봐요. 대학에서도 편입 과정이 대폭 넓어졌으면 해요. 그뿐이 아니죠. 패자부활전이 시기별 연령별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경쟁 사회에서 몇 번의 결정적 실패로 모든 삶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싫어하고 배타적으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려 하고 텃세를 놓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고 생각지는 않거든요. 권위를 세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적이죠. 권위를 어떤 표지판이나 담벼락으로 세운다는 것이 이상하죠. 권위는 그 사람의 본질에 대한 존경심으로 타인이 세워주는 것일 텐데 말이에요.

자신의 모든 스펙의 상당 부분이 19세 전후로 결정된다는 것도 좀 이상하잖아요. 전 솔직히 편입 과정이 입학 과정만이나 대대적이었으면 하거든요. 그러다가 전 국민이 대학에 입학만 하면 그게 전부 이름이 서울대이면 어떨까 싶었죠. (웃음) 대신 그만큼 공정하고 신뢰를 얻을 만한 꼼꼼한 평가 방법을 마련해야겠죠. 그런 점에서 보면, 공무원 시험에서 연령 상한을 폐지한 것을 저는 전적으로 찬성해요. 사기업에서도 경력직에 대한 폭넓은 채용을 한다면 좋겠지만, 그건 좀 무리일까요?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약간 정도가 아니라, 언제든 자기 발전을 검증받을 수 있는 체계적인 사회적 절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경쟁을 인정하더라도 좀 여유 있게 할 수 있을, 사고력 위주의 학습이 가능하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것이고요. 그건 어쩌면 미국처럼 무한경쟁을 예고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고, 신규 채용보다는 쉽게 경력직 위주로 채용할 것이란 반박도 예상해볼 수 있지만요.

누구에게든 언제나 기회는 열려 있어야 한다고 보죠. 그게 싫다면 사실 자본주의 체제의 경쟁 자체를 제고하고 더 나은 시스템을 구상하는 것도 좋고요. 또 위계보다는 실력 위주로 기업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들고요. 왜 조심스럽냐 하면 어차피 우리는 위계 문화를 쉽사리 무너뜨리지는 못할 거니까요. 오랜 역사를 통해 구축된 습관이잖아요.


사실 이건 천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평범한 시민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천재를 기다리는 과정이기도 하죠. 천재라는 존재가 나올 수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나올 수 있다고 보기에, 천재가 없든 있든 걱정하지 않아요. 확률 상 아무리 빡빡해도 늘 천재는 나타났으니까요. 천재는 자연발생적인 것이니까요. 반대로 아무리 노력한다고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어차피 그러한 사고가 광범위하게 퍼졌다면 그 역시 고정관념처럼 사회의 분위기가 될 것이고, 그것을 깨려는 무언가가 나오죠. 예를 들어 지금은 많은 생각이 가득하잖아요. 여기서 뭐가 더 나오기 어렵다고 느낄 때 천재는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태어나서 세상에 타격을 준다고 봐요. 세상에는 정해진 규율을 일탈하려는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우리가 그것에 대해 부담을 지닐 필요는 없어요.

단지 천재가 나타났을 때 그것을 못 알아보는 것, 그거만 조심하면 되겠죠. 우리에게 손해일 테니까요. 슈만이 말했듯이요. 벌써 여러 번 말한 듯하네요. (웃음) 천재를 알아본다는 건 새 시대에 대한 민감성이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수용력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해요. 전반적으로 문화적 유연성을 위해 좋기 때문인 거죠. 유연해야 천재를 알아볼 수 있다고 믿는 편이죠.


물론 천재라도 우리가 원하는 천재만 있는 것도 아니죠. 그런 천재는 빨리 알아봐서 사회에서 격리를 시켜야 할 거고요. 확률적으로, 사회가 반길 수 없을 능력의 천재로 반사회적인 사이코패스이자 살인의 천재가 등장하기도 하고, 법적 규제를 기가 막히게 뚫어내는 사기의 천재로 등장하기도 하죠. 또 어떤 이들은 사회의 아무런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하는 그냥 말 그대로 희귀할 뿐인 존재로 등장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질문을 던지며 천재로 추앙받죠.

이 중 마지막으로 제시한 유형, 즉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천재라면 우리가 알아보는 편이 낫죠. 만일 정말로 우리의 허를 찌르는 수준의 천재가 없다면 우리가 꽤 열심히 살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죠. 그런 일은 없겠지만요. 늘 못 알아볼 것은 못 알아보고 말죠. 누가 알아보면 돈 주겠다고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웃음) 그래도 그들이 오면 못 알아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시스템을 훌륭하게 키워가다 보면, 좋은 수재가 많아지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튼튼한 사회를 건설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천재는 우리가 방심했던 부분에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지만, 그 질문을 발전시키고 답을 채워가는 과정에는 반드시 수재들, 우리 시민들이 필요하죠. 사회적으로 수재들이 최선을 다해서 안목 있는 시민으로 성장했을 때, 우리는 웬만한 것에는 놀라지 않을 저력을 지닐 것으로 몽상해요. 저는 엘리트 교육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아요. 바람 같아선 공부를 할 사람은 하고, 공부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은 다른 일을 해서도 충분히 훌륭한 보상을 받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다만, 모두가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깊이 하는 경험을 교육 과정 때 경험하고 실제로 자신이 질문을 심도 있게 글로 써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몽상했던 거예요.

이런 교육을 받는다면 어쩐지 깊이 사고하여, 지성적이고 문화를 사랑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 상상했죠. 또 새로운 것에 호응하고 실패에 관대한 분위기가 퍼지고, 패자부활전이 많아서 다시 정상 궤도로 유입될 기회가 많아서 지금의 경쟁에 짓눌리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몽상했던 거예요. 어린 마음에 이런 몽상을 했던 건 정말 입시 경쟁이 싫었던 절절한 바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네, 고등학교 때 쓴 일기장에 담겨 있었죠. 제 바람 그 자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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