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 콩트
빈센트는 파인애플을 좋아했다. 맛도 좋을 뿐 아니라, 마트에서 껍질을 벗겨 포장해놓은 제품은 먹기도 편했다. 입안에 맴도는 향기도 상큼하고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빈센트는 파인애플 색깔도 좋아했다. 조명을 달 때도 노란색 커버를 전등갓을 씌우면 밤에 거실과 현관문에는 온통 노란색 풍경이 연출되었다. 아빠는 그것을 ‘빈센트의 풍경’이라 불렀다.
아빠가 늦게 퇴근할 때면 가끔 떨이하는 파인애플 포장 제품을 사오곤 하였는데, “빈센트, 파인애플 사왔다”라고 하면 아이는 대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노란 불빛을 통하여 구두에도 그림자가 진다는 것을 그때 우연히 보았는데, 아버지가 없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구두가 있으면 구두의 그림자가 생겼다. 노란 불빛에 드리워진 구두의 그림자를 보면, 아빠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