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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y 16. 2024

빈센트, 가여운 빈센트

원피스 & 고흐



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 바닥은 늘 지저분했다. 그 나라가 정말 잘 사는지 알려면 시외버스터미널과 버스 상태, 그리고 그 차가 지날 때의 시골 도로와 풍경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

어쨌든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여행을 돌고 있었고, 시골의 소형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기를 일주일째. 그곳에선 택시도 잘 구할 수 없었다. 한국의 프라이드를 개조한 택시에서는 그래도 에어컨이 틀려 있었지만, 버스에서는 그런 걸 바랄 수 없었다. 그래도 냄새는 덜한 편이었다. 시외버스 터미널 화장실에선 지린내가 가득했는데, 바닥과 벽 색깔이 누렇게 떠있어서 락스로 청소해도 가망성이 없어보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인간의 배설물을 견뎌온 것일까.

이곳에서 화장실 문은 작아서 문의 낮은 쪽으로는 종아리 부위가 보였고, 문의 높은 쪽은 일반 성인 머리쯤을 간신히 넘기는 정도의 높이였다. 그 덕분인지 바닥만 보아도 신발이 보였으니, 인기척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곳에는 늘 물인지 오줌이 흐른 것인지 알 수 없는 고인 지점이 있었고, 그곳을 피해서 옮겨 다녔다. 변기에서 물이 넘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좌식 변기가 있더라도 도저히 앉을 수 없었다. 걸터앉는 좌판도 없을 때가 많아서 급한 경우엔 고민 끝에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서 어정쩡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사실 그런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숙소를 나올 때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런데 그런 화장실 중에 굳이 나을 것 없는 화장실 한 곳에 누군가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은 지 한참 되었다. 분명 거기에 신발은 보였다. 신발만 벗어놓은 채 발이 보이지도 않았다. 신발 밑엔 물인지 오줌인지 무심히 고여 있었다.

그렇다면 변기 위에 두 발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부디 덮개로 변기를 덮고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이길 바랐다. 그마저도 달갑지는 않지만 양말을 신은 발바닥이더라도 변기의 더러운 부분을 그대로 지탱하고 있을 것을 상상하자니 그건 더더욱 싫었다. 남자는 궁금했다. 안에 있는 사내가 대체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울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울음 섞인 외국어는 더더욱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빈센트, 가여운 빈센트, 대체 어디 있니?”라는 것도 같았다. 어쩌면 아이인지, 아니면 강아지인지 묻지 못했다.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물으면, 빨리 나오라는 독촉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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