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
동- 창회에서 만나는 친구를 이젠
지- 인이라고 부르지요. 어쩌면 지인이라 하기에도 멋쩍을 만큼
순- 식간에 세월을 흘러가버리고
진- 실로
이- 관계를 무엇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의- 심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요.
뜨- 뜨미지근하게 서로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선
거- 참, 할 얘기가 마땅치 않아서 고교 시절 추억을
운- 운하지만
회- 식 자리에서 그런 화제는
신- 물이 날 만큼 많이 우려먹은 터라
나- 나 그 사람이나
도- 무지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을 상황을 곧, 맞게 되고 말지요.
당- 당한 네 모습이 정말 멋있더라, 스크린 안에선 다른 사람 같아, 지금도 충분히 멋있지만 말이야.
신- 나서 팬의 자세로 말하는 동창도 있었지만,
을- 적해하며 “내가 쟤보다 고등학교 때는 더 잘 나갔는데”라고 말 실수를 하는 친구도 있기 마련이었지요. 물론 그 아이 앞에선 아니죠. 그 아이가 앉아 있는 순간엔 모두가
열- 중하여 그 아이 성공담을 듣곤 하니까요.
렬- 띤 대화 분위기 속에서 외따로이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주목받을 리는 없지요.
히- 스토리는 승자의 것이라지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응- 석받이로 컸다는 놀림이나 받을까 봐,
원- 의 지름 바깥에 서서
해- 파리처럼 고요히 흐느적거렸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