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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pr 05. 2024

‘재즈문화사’를 쓰기로 했다

대안 출판(1~4F)

글쓰기 외전: 대안 출판


1) 전체 원고 흐름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내용 흐름

전체적으로 다양한 출판 형식을 경험하고 몽상하면서 지식 생태계의 건강한 시민 참여적 기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출판을 대해야 하는지 잡담합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그라운드, 전자책, 종이책'을 살피게 됩니다.  


2) 진도 상황

- 총 11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4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내용 지점 설명

해당 지점은 개인적으로 <재즈 문화사>란 책을 낼 때의 심정을 통해 출판하고자 했던 무명 저술가의 바람을 다루고 있습니다.


3) 발췌 문장

- 물론 한국에서 문학으로 등단하는 것과 학계에서 연구논문으로 인정받는 것 외에는 그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라도 좋으니 내 책을 갖고 싶었다.

- 경력이 없는 입장에서 초보자를 위한 책을 써봤자, 권위도 서지 않을 것이므로 아예 쓸 수 있을 만큼 써내어 차별화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 일기: ‘재즈문화사’를 쓰기로 했다

2007년 5월 재즈 책을 쓰기로 했다. 누가 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뭔가를 점검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무엇을 점검할 것도 없었다. 당시 나는 소설을 쓰고 있었고, 소설을 제대로 쓰고 싶어서, 직장도 그만 두고 한 소설가 선생님 집에 의탁하여 소설을 쓰기로 했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재즈 책을 먼저 써보기로 작심하고는 소설 쓰기를 잠정 연기하였다. 염치 불고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엔 그래야 했다. 언제 내 이름이 박힌 소설집을 정식으로 상재할 수 있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등단은 쉽지 않았다. 수천 명이 지원해서 겨우 한 명이 배출될 뿐이었다. 전체로 따져도 의미 있는 등단은 10~20명쯤에게만 해마다 가능했다.

사법고시보다도 확률적으로 어려웠다. 직장까지 그만 두고 소설을 써보자고 하니, 뭔가 새로운 걱정이 생긴 셈이다. 기약 없이 작가 지망생으로 아무런 팻말 없이 버티자니 쉽지 않을 듯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지만 당시엔 그렇지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쓰려면 시간과 여유가 없어 글을 쓰기 어렵고, 그래서 원 없이 쓰고자 직장을 때려치우고 글을 쓰려면 불안해서 글이 써지지 않았다. 이래저래 글을 쓰기란 어려웠던 모양인지 그때도 소설을 충실히 쓸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갑자기 불안해진 것이다. 나는 우선 책을 내고 싶었다. 되도록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을 거두고 나 스스로도 약간의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차선의 길을 잠시 택한다고만 여겼다.

책을 낸다는 자체가 엄청나게 큰 의미로 다가왔던 때였다. 일반투고라도 해서 한 권쯤 출간해 두면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물론 한국에서 문학으로 등단하는 것과 학계에서 연구논문으로 인정받는 것 외에는 그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라도 좋으니 내 책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분야가 재즈였다. 이미 그동안 웬만큼 자료 조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스무 살 때부터 재즈를 들으면서 틈틈이 자료를 조사했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재즈에 관해서 책을 써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더구나 그 뒤 자료를 모아야 하는데, 다른 분야에 비해 핵심 자료가 충분히 짧은 시간에 파악할 만큼만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재즈 관련 자료가 한국에 많이 유입되지 않은 탓이겠지만,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잘 정리된 교양 정보서 하나쯤 틈새에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듯했다. 자료 조사를 위해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될 듯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초보자를 위한 쉬운 정보서를 고민하다가 자료를 꼼꼼히 조사하면서 점점 난도가 높아졌다. 나 스스로도 학구열에 불탔다. 적어도 당시까지 한국에 나온 재즈 교양서라면 절판된 것도 도서관에서 다 구해 읽었고, 음악 이론이 아닌 재즈 논문 등도 거의 다 훑어보았다. 배는 산으로 가서 중급마니아쯤 되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다. 경력이 없는 입장에서 초보자를 위한 책을 써봤자, 권위도 서지 않을 것이므로 아예 쓸 수 있을 만큼 써내어 차별화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 덕분인지 나름 틈새에 내 책을 끼워 넣을 수 있었다. 아예 마니아가 즐길 만하게, 내가 아는 것을 쏟아 붓자고 생각했던 것이 주효했다. 설령 출판에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역량을 쏟아 부으면 원고에 대해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제는 ‘재즈로움’이었다. 자유로움과 연결시켜 사회 체제의 민주적 의미와 연결시키고 싶은 의도가 있었다.

당시엔 시민지성에 관한 화두를 본격화하지 못한 상태였다. 오히려 독립 저술과 인문학 저술에 관해서 약간의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소설을 그만두었다고 여기지 않고 잠시 쉬고 있을 뿐이라고 여겼다. 순수문학에 미련을 둔 채 잠시 외도를 한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떠난 것이다.






또한 교양서의 방법론 중 중요한 방식인 ‘탁월한 편집’에 관해서도 확신을 지니지 못했다. 자칫 표절과 짜깁기라는 비난이 부담스러워 그러한 덫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역사서라는 점, 재즈가 음악이라 전문적인 부분으로 접근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외서가 많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보통 연구자들은 외서를 읽고 직접 그것으로 연구에 참고하는 것이 공식적이다. 나 역시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결국 한국에 출간된 한국어 자료로 한정하여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연구적인 한계를 거짓으로 포장하지 말고 그대로 명기하자는 다짐을 했다.

많은 장벽에도 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확신이 들었다기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산으로 열정을 쏟아 부었다. 쓰면서 주석 정리 작업을 하고 자료들을 꼼꼼하게 기입하고 문장마다 그 적합성 여부를 검토하다 보니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다시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택하진 않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작업 기간을 퇴고까지 합쳐 1년 약간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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