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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pr 07. 2024

일반 투고를 시작하다

대안 출판(5~8F)

글쓰기 외전: 대안 출판


1) 전체 원고 흐름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내용 흐름

전체적으로 다양한 출판 형식을 경험하고 몽상하면서 지식 생태계의 건강한 시민 참여적 기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출판을 대해야 하는지 잡담합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그라운드, 전자책, 종이책'을 살피게 됩니다.  


2) 진도 상황

- 총 11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5~8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내용 지점 설명

해당 지점은 개인적으로 <재즈 문화사>란 책을 낼 때의 심정을 통해 출판하고자 했던 무명 저술가의 바람을 다루고 있습니다.


3) 발췌 문장

- 우선 마음에 드는 책을 낸 출판사로 무작정 원고를 출력해서 보냈다. 재즈를 내주었거나 음악 전문 출판사인 곳에도 모두 보내기로 했다. 처음엔 원고의 10%쯤 보내주었다.

- 경력이나 매력 요인이 없는 저자라면 악재의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원고를 들고 일반투고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마음에 드는 책을 낸 출판사로 무작정 원고를 출력해서 보냈다. 재즈를 내주었거나 음악 전문 출판사인 곳에도 모두 보내기로 했다. 처음엔 원고의 10%쯤 보내주었다. 연락이 오면 마저 보여주자는 심산이었다. 한 책에서 그렇게 오는 것이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원고를 보낸 뒤에 최소 2주쯤은 기다려주는 예의도 지켰다.  

처음엔 패기만만했다. 원고를 보내면서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비인기 장르에, 심지어 아마추어였다. 재즈 감상자에 불과한 이의 두껍고 난도 높은 책을 내줄 만한 출판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해졌다. 5~6군데쯤 보냈을 때 점점 우체국에서 원고를 보내는 일은 습관이 될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였다. 사실 그 정도 보내는 것으로는 아직 시작했다고 볼 수 없었지만, 당시 선생님 댁에서 나와 고시원 총무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라, 막막함은 예전보다 더해졌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글 쓸 여유가 사라졌고, 글 쓴 여유가 생기면 심리적으로 이것저것 걱정하느라 불안정해졌다. 그래도 그나마 오래 갈구하던 일을 원없이 3년쯤 해보겠다고 작심한 뒤라 비교적 편했다고는 말할 수도 있으나, 열심히 썼던 원고를 폐기 처분할 경우를 생각하자니 심경이 복잡했다. 낳을 수 없는 원고, 책이 되지 못하는 원고로 남더라도 결국 내 원고고, 앞으로 교양서를 더 쓸지 모르지만 많은 공부를 했다고 애써 다독이며 계속 투고했다. 투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딱히 그밖에 당시 떠올릴 수 있는 돌파구는 없었다. 실제로 그건 지금도 그럴 것이다. 무명의 저술가가 자신이 쓴 글을 세상에 알리는 길은 문학으로 등단하거나 그에 준하는 인정을 받거나, 출판사를 잘 만나 좋은 책을 내서 잘 팔리거나 주목 받는 것뿐이었다. 아니면 오랜 시일을 두고 재즈 관련 분야에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아 다시 원고를 출간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으나 당시 그쯤 되는 열의를 지녔던 것 같지는 않다. 자비 출판은 가급적 후순위로 미뤘다. 나이 젊으니 아직은 더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 글을 좋다고 여겨 출판해주는 것을 바랐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에 일반 투고를 하는 방법이 있었다. 다만 일반투고 말고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인지, 그 선택의 폭이 좁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였다. 


더구나 일반 투고조차 여의치 않았다. 출판사 주소로 무작정 우편을 보낼 수는 있었다. 그러나 검토해줄지는 불명확했다. 그나마 이메일로 보낼 수 있거나 구체적으로 일반 투고를 받는다고 공지해 놓은 곳이라면 낫지만, 이 역시 언제나 일반투고가 부차적인 느낌, 그저 운이 좋으면 한 번 봐줄 것이란 행운에 기대야 했다. 

나중 일이지만, 나 역시 편집기획자의 입장에서 출판사 일반투고작을 관리할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면 일반투고작을 아예 읽지도 않고 넘기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되고, 나 역시 그럴 때가 있었다. 매일 수없이 들어오는 일반투고작에 대한 검토 의사 답변을 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혹은 상사의 명령으로 답변을 주되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던 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일이 많았다. 누구나 원론적으로 일반투고작을 검토하라고는 하지만, 출간할 원고가 걸릴 확률이 낮다는 것에 공감했다. 간혹 검토자 입장에서 괜찮은 작품이더라도 결정권자 눈에는 다른 경우가 많았다. 돈을 들여 책을 만들므로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데, 아무런 경력이 없는 저자라면 더욱 곤란했다. 독자 동원 능력도 없고 자신이 강연을 뛰면서 지속적으로 구매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웬만큼 원고가 좋아도 그저 결정권자의 취향과 맞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애초에 전략적으로 팔리기 위한 책을 기획해도 어려운 판국에 어설프게 실험적인 원고라면 거의 출간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고 보아야 했다. 일단 그런 작품을 담당자가 꼼꼼히 읽어줄 만큼 시간이 많지도 않거니와, 읽고 나더라도 저자가 의도했던 배경과 이론을 이해할 여력도 없다. 설령 공감했더라도 결정권자의 투자를 설득할 만큼 맹렬한 신도가 되기도 어렵다. 만일 출간해 놓고 실패하면 책임감으로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경력이나 매력 요인이 없는 저자라면 악재의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저자가 스포츠 전문가는 아니고 마니아로 공무원 출신이지만, 쉽고 재미 있게 스포츠 이야기를 썼어요. 스포츠 전문기자 추천사 붙여서 전자책으로라도 내면 어떨까요?”


“이보게, 이대리. 전자책은 돈 안 드나? 더구나 그 일 할 동안의 기회비용은 어쩌고. 스포츠 관련 서적은 이미 전문 기자를 섭외해 놓았으니 그 원고에나 신경 쓰자고.”






“저 역시 감상자로서 재즈를 쓰는 처지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을 했죠. 그리고 일단 많은 서적을 읽고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저술했어요. 더구나 아직 소설가 지망생으로 잠깐 시간을 내서 재즈 원고를 쓴다는 마음가짐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전문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면, 정교하게 더 체계를 갖추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정보를 수집한 것을 정리해 보아도 되겠다는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었죠. 그런데 점점 열의를 다해 쓰고 있었죠. (웃음) 가볍게 접근하더라도, 특별히 셀링 포인트가 있을 만한 다른 경력도 없기 때문에 하루키 식의 재즈 에세이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교양 정보서의 콘셉트를 잡고, 대신 그 속에 가상의 인물을 섞어놓은 인터뷰 형식이나 가상 인용글 형식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고, 장마다 재즈 동화를 배치하는 잔수를 부렸죠. (웃음) 지금 보면 잔수가 맞아요. 핵심을 흔드는 고민에 정공법을 쓰는 것과 달리 장식구를 고민하는 행태였으니까요.”


“아무래도 좀 걸리는데, 다 걷어내면 어떨까? ‘황수인’이 가상 인물이라면 말이야. 그리고 쉬어가는 재즈 동화 코너도 없애보려고 했는데, 그게 또 어제 받은 추천사 보니, 호평 받은 지점이었네. 그러면 그건 살려 두자고. 아무리 감상자라도 전문가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한다고. 진지하지 않으면 한 수 접어주는 거라고. 모두가 전문가 행세를 하려 드는데, 되레 비전문가라고 선언하고 시작하니, 좀 그런데, 그래도 할 수 없지. 전문가라고 포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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