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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Feb 24. 2024

붉어진 눈시울 푸르죽죽해진 기억

삼행시

 붉- 어진 눈시울

 은- 호는 감추고 싶은 과거를 떠올렸고, 은석은 울었습니다.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을 때


 달- 맞이 갔다가 만난 호랑이 무서워 동생 놓아두고 도망 온 어떤 사람의 죄책감, 이를테면 그와 엇비슷한 감정을 느꼈죠.


 푸- 르죽죽해진 시신을 수습해 오는 길에

 른- 개(는개)가 내리고 길은 젖어 조금은 미끄러웠어요.


 해- 가 떠있는데 비가 오는 것이 무척 이상하였으나, 그런 일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는 거예요. 작을 때는 몰랐으나 커서는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날을 좋아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저를 위로할 수 있죠? 전 동생을 버리고 혼자 도망쳤는데?”라고 말했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게 흐릿해요. 는개 내리는 와중에도 해가 떠 있던 그날, 미끌거리던 비탈길에서 넘어진 일이 더 생생히 기억나요.





→ 도현정, <붉은 달 푸른 해> 제목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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