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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r 25. 2024

어색해! 이를테면 자장면 사건들

한국어 어문 규범 & 우리말샘

‘자장면 사건’이라고 표현해 보았다.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데 맞춤법으로 규정해버린  단어를 볼 때면 짜장면을 짜장면이라고 부르지 못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모두가 짜장면이라 쓰는데 국립국어원에서 자장면만을 표준어라 했을 때 불만을 지닌 시민들이 건의를 하던 순간을. 물론 현재는 자장면과 짜장면을 모두 쓸 수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장면과 짜장면은 서로를 없는 형제 취급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대개는 짜장면을 인정하는 바람에 자장면으로서도 나름대로 서러운 시절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짜장면이라 쓴다. 이 세상에는 간혹 양보할 수 없는 사안도 있는 법이라는 듯이 비교적 철저하게 짜장면이라 한다.     

최근에는 외래어 표기를 살피기 위해 한국어 어문 규범이나 우리말샘을 참고할 때 ‘폴로어’라는 단어를 보고 인지부조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무지 어쩌지 못하는 위화감이 드는 단어도 있다. 공부 잘 하는 동네 형이 지식을 교정해주었는데 ’뭔가 이건 아니다’ 싶은 것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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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지지자를 뜻하겠고 ‘따르는 자’를 말하겠지만, 리더십 팔로워십이라는 표현보다는 트위터에서 팔로잉 팔로워라고 하는 표현으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정식 외래어 표기로는 ‘폴로어’가 옳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지기 마련이다. 일단 일반인이라면 압도적으로 팔로워라고 쓰기 마련이다. 뉴스에서는 혼란한 편이다. 폴로어라고 쓰기도 하지만, 팔로워라고 쓰는 곳도 있었다. 

이럴 때 우리말샘이 있어 다행이다.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참여하여 전문 분야에서 쓰거나 일상에서 폭넓게 쓰지만 아직 표준어가 되거나 준 표준어 급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단어들을 건의하고 국어 전문가의 감수를 거쳐서 어느 정도 권위와 신뢰도를 부여하는 사이트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국립국어원 주관이니 더욱 신빙성이 높아진다. 이 덕분에 아직 협소하게 인정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조금 더 현실적인 단어를 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장면’만 인정받는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우리말샘에 ‘짜장면’을 등재해놓았다면, 그 역시 폭넓게 쓰이는 의미 있는 표현으로 기록해놓은 것이다. 전문 분야에서는 띄어쓰기라든지 여러 지점에서 분야에서만 쓰이는 표현이 있기 마련인데, 그 역시 이곳을 통하여 그 표현에 어느 정도 신뢰도 높은 합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 우리말샘에는 팔로워도 있다! 규범 표기가 ‘폴로어’라고 병기되어 있지만, 애써 모른 척한다. 폴로어가 웬말이냔 말이다. 이런 예는 많다.     

 

예를 들어 ‘컬래버레이션’이 규범 표기이지만, 흔히 쓰는 ‘콜라보레이션’도 우리말샘에는 있다. 또 규범 표기인지, 표준대국어사전에 등재된 가장 협소한 의미의 표준어인지 하는 것도 알 수 있다. 내가 많이 쓴다는 느낌 때문에 해당 단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국립국어원 출처로 근거를 들면서 해당 원고의 단어를 통일할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설루션’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아무리 그래도 ‘솔루션’을 ‘설루션’이라고 고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국어 어문 규범 표기는 ‘설루션’이라 말하는데, 뉴스는 혼란하고, 세상의 인터넷에선 무자비하게 솔루션을 쓴다. 설루션의 가능성조차 모른 채로.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럴 때 우리말샘에선 구원의 빛을 주셨으니, 솔루션에 대한 다양한 문구의 띄어쓰기, 또 규범 표기는 ‘설루션’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물론 설루션은 내 알 바 아니다. 애써 모른 척한다.    

 

물론 쿠킹 포일에 대해서 쿠킹 호일이라는 제품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 경우에는 한국어 어문 규범에는 쿠킹 포일로 등재되어 있어도, 우리말샘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이러면 이걸 선택하자니 살짝 부담스러운 지점이 생긴다. 뉴스에서도 혼용해서 쓰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수용하는 쪽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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