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Apr 10. 2024

일반 투고 계약과 반려 메일

대안 출판(13~16F)

글쓰기 외전: 대안 출판


1) 전체 원고 흐름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내용 흐름

전체적으로 다양한 출판 형식을 경험하고 몽상하면서 지식 생태계의 건강한 시민 참여적 기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출판을 대해야 하는지 잡담합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그라운드, 전자책, 종이책'을 살피게 됩니다.  


2) 진도 상황

- 총 11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3~16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내용 지점 설명

해당 지점은 소규모 출판사의 현실과 원고 검수 직원의 답변 메일 일화에 관해 언급합니다.


3) 발췌 문장

- 이런 경우를 너무 노골적으로 하면, 자비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로 인식될 수 있는데, 생존을 위해 이런 유형을 허용하면서도 출판사의 브랜드를 위해서 둘로 나누어 운용하는 경우도 있긴 해요. 임프린트로 자비출판용 브랜드를 두고, 원래 출판사는 일반 출판사로서 운영하죠.

- 결국 그분께는 반려 메일을 회사 메일로 보내려다가 제 개인 메일로 보냈죠. 그리고 소소한 부분까지 언급했어요. ‘내용이 마음에 들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원고가 반려될 수밖에 없었다, 원고 내용이 나쁜 것은 절대로 아니니, 꼭 다른 좋은 출판사를 만나길 바란다’라고요.






“이런 경우를 너무 노골적으로 하면, 자비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로 인식될 수 있는데, 생존을 위해 이런 유형을 허용하면서도 출판사의 브랜드를 위해서 둘로 나누어 운용하는 경우도 있긴 해요. 임프린트로 자비출판용 브랜드를 두고, 원래 출판사는 일반 출판사로서 운영하죠. 

물론 영세 출판사에서 모두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고요. 대신 특약 사항 등으로 약간의 부수를 저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을 취하는 정도는 좀 있을 거예요. 어쩔 수 없죠. 손실이 생길 상황에서 그 폭을 줄이거나, 아예 손실을 없애 보자는 궁여지책이라고 해야겠죠. 어찌어찌 하다 보니 사양산업처럼 된 출판계에 종사하는데,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어요. 

물론 모든 일반투고자에게 그런 것을 요구한다는 의미는 아니죠. 그런데 만일 저자가 애초에 그런 것을 원해서 먼저 자신이 소화할 부수를 말해주기도 하는데, 그런 게 또 이해관계가 잘 맞으면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모든 강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재는 항상 필요하죠. 그러면 거래를 트는 출판사가 생기기 마련이죠. 인기 있는 강사라면 꾸준히 교재가 필요하니까요. 그렇게 이해 관계가 맞기도 하죠. 기본적으로 강사에게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일타강사의 경우 아예 직접 출판사 브랜드를 등록하고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아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전혀 정보가 없는 일반투고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듣고자 그런 질문지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또 사실 출판사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출판을 제안하는 경우에도 이런 부탁을 드리게 되죠. 일종의 영업인데, 저자도 알아요. 출판계가 힘들고, 자기 원고를 기다리는 것을 알다 보니, 아무래도 주변에 책 좀 뿌리고 그럴 때, 확실히 얼마를 당겨주겠다고 특약으로 넣어주기도 하죠. 그러면 사장님은 1천 부 정도 당겨주면 좋겠다면서, 최소 500부는 특약으로 명시해서 계약서를 쓰자고 하죠. 예전에는 발행부수 단위로 인세를 계약하는 게 맞는데, 요즘엔 계약금도 따로 없고, 판매부수 단위로 인세를 주곤 하는 경우가 많아지죠. 발행부수 단위로 미리 인세를 준다는 건 발행된 부수에 대한 위험 부담을 출판사가 더 많이 떠안는 것이니까요. 

하기야 요즘에도 잘 나가는 웹소설 작가 등에게는 선인세를 주고 계약금 떠밀어 주는 방식으로 붙잡아 두기도 하지만요. 다 잘 되는 출판사 얘기죠.” 


“일반 투고에선 선인세를 주는 경우는 많지 않겠죠? (웃음) 처음 투고하는 경우라면 인세도 평균보다 낮고, 상황에 따라서는 작가가 굉장히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도 하죠. 2차 저작권 등등에서요. 제가 다닌 곳에서는 그런 불합리한 내용의 계약서를 제공하지는 않았지만요. 

아무래도 일반 투고의 경우, 특히 저명한 출판사가 아니라 일반의 중소 출판사라면 신인이거나 경력이 조금 약한 저자 분들이 일반투고를 하곤 하죠. 저명한 출판사라면 어떤 저자가 투고를 하더라도 약자의 위치에 설 수는 없어요. 어차피 생각하지도 않은 콘텐츠를 내주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니까요. 그래도 업계의 상도가 있어서 좀 괜찮은 경력을 갖춘 분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어요. 그건 뭐, 일반 출판사라도 예의상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솔직히 매일 들어오는 메일을 보다 보면, 일반 투고 작품 중에서는 함량 미달이 작품이 많죠. 그냥 공식적으로는 잠재적 독자의 관심을 유발한다고 해야 하나, 사실 독자가 저자인 시대이기도 하고, 또 괜찮은 작품은 어디서 나올지 모르니까, 어쨌든 문호를 열어 두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반 투고작에서 괜찮은 작품을 찾기란 어렵죠. 

그럭저럭 팔릴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정도로 보면 간혹 있을 수도 있고, 저자가 소화해준다고 하면 손실은 적게 볼 수도 있겠는데, 창의적인 글을 찾으라고 하면 솔직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해요. 짧은 기간만 그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글 창의적이야!” 하면서 무릎을 치게 하는 원고를 만나본 적은 없거든요. 

물론 그게 원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제 문제일 수도 있어요. 항상 업무에 치여 지냈거든요. 그런데 당장 출판을 위한 원고를 읽고 교정하기도 바쁜데, 일반투고 메일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읽을 수 있겠어요? 대개는 시간을 2주쯤 두고 반려 메일을 보내거나, 그마저도 못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늘 시간에 쫓기며 검토하다 보니, 원고를 충분히 깊이 헤아려서 읽어주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죠. 그 원고의 깊이나 독창성을 헤아릴 시간도 없고, 심지어 그 배경마저 이해할 만큼 여유도 없을 뿐 아니라, 네, 그 정도의 능력도 없다고 봐야겠죠. 그러니 그냥 다들 별 매력 없는 원고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답변하면 안 되겠죠. 다들 알지만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 우리가 못 알아보는 것일 수 있다, 어떤 글도 평가할 처지가 못 되지만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등등으로 반려 이유를 쓰기도 하죠.” 


“물론 전혀 다른 맥락으로 진심 어린 메일을 보낸 적도 있었죠. 스포츠 관련한 가벼운 교양서를 쓴 투고자였어요. 경력을 보니 공무원이기도 하고 스포츠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분이셨어요. 애호가 정도로 해두죠. 저는 주말에 겨우 틈이 나서 머리를 식히려다가 양심에 걸려서 몇몇 일반투고 원고를 뒤적이고 있었죠. 그런데 그 원고가 눈에 걸린 거고, 틈틈이 주말 내에 그 내용을 훑었죠. 그리고 훑어서 재미 있게 느껴졌나 싶어서, 다시금 찬찬히 일독했는데, 자세히 읽어도 가볍고 재미 있더라고요. 그래서 책으로 내는 게 어떨까 사장님께 건의를 드렸어요. 사장님도 그 원고를 잠시 훑어보았다고 했는데 경력을 문제 삼더라고요. 전혀 관련되지도 않았고, 다른 부차적인 매력 요인도 없어서 책으로 내기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전자책이라도 내자고 했는데, 전자책은 돈이 안 드냐면서 기회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셨죠. 사실 당시 스포츠 관련 원고를 이미 받기도 일정이 잡혀 있고, 그건 전문 기자의 원고라 신문에서 어느 정도 받쳐주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여러 추천사를 받아야 하기도 했고요. 결론은 일반투고 원고는 그렇게 접기로 된 것이죠. 

간혹 드물지만, 엄청 창의적이지는 않더라도 제법 마음에 들고, 어떻게 보면 팔릴 것도 같은 원고가 있기는 있어요. 양심에 찔릴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여유로웠다면 한 번 더 검토해보고 싶은 원고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그 정도로는 직접 실천하기는 한계가 있더군요. 일단 사장님이 부결한 원고를 들고 고집을 피울 만큼 담대하지 않았죠. 만일 고집을 피운다면, 출판하고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데, 그 정도의 소신과 사명감을 끓어오르게 하는 작품을 만날 수는 있을까요? 약간 아쉽거나 조금 미안한 정도로 그치고 말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열악한 출판사 환경상 자신의 목을 걸고 모험할 사람은 적다고 생각해요. 저자도 모를 모험을 홀로 하자니 부담이 크죠. 내 돈을 걸고 출판한다면 그럴 수 있을까요? 아마 영세하다면 당장의 성공 공식에 매달릴 것 같아요. 사업을 시작하는 명분은 고상했을지 몰라도 당장 운영하려면 실패란 굉장히 부담스럽죠. 영세하다면, 더더욱 그래요. 여력이 없다는 건 절박해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시장 법칙에 더 얽매이게 되죠.”






“결국 그분께는 반려 메일을 회사 메일로 보내려다가 제 개인 메일로 보냈죠. 그리고 소소한 부분까지 언급했어요. ‘내용이 마음에 들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원고가 반려될 수밖에 없었다, 원고 내용이 나쁜 것은 절대로 아니니, 꼭 다른 좋은 출판사를 만나길 바란다’라고요. 그래 놓고, 혹시나 그분께서 회사 메일로 고맙다는 답메일을 보내면 어쩌나 살짝 염려했는데,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메일을 읽으시고는 아무 답메일이 없었어요. 어차피 반려된 건데, 이러저러한 답변이 사족 같아서 말을 삼가신 것일 수도 있고, 그조차 의례적인 메일로 받아들이신 것일 수도 있겠죠.”


“결국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일단 저자의 경력일 수밖에 없어요. 얼마나 팔릴 수 있는지 습관적으로 생각했죠. 실제로 콘텐츠 내용을 팔든, 저자의 배경 덕분으로 팔든 일단은 팔아야 했으니까요. 멋진 명분을 생각할 만큼 대단한 출판사도 아니었고, 사실 우연히 책을 파는 것으로 자본주의 시장에 들어왔을 뿐이니, 문화적 기여보다는 책 장사를 하고자 했던 것이에요. 안 팔리는 콘텐츠를 출판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매출 목표도 있었으니까요.

그 누구도 자본주의 체제의 규칙 바깥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았고, 그걸 굳이 할 이유도 찾지 못했죠. 그러니 누구를 탓할 순 없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왜 일반투고 방식을 택했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