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Apr 12. 2024

저자의 경력 단절과 파도타기

대안 출판(17~23F)

글쓰기 외전: 대안 출판


1) 전체 원고 흐름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내용 흐름

전체적으로 다양한 출판 형식을 경험하고 몽상하면서 지식 생태계의 건강한 시민 참여적 기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출판을 대해야 하는지 잡담합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그라운드, 전자책, 종이책'을 살피게 됩니다.  


2) 진도 상황

- 총 11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7~23프레임에 해당합니다.


3) 발췌 문장

- 10년 전에 등단한 뒤 몇몇 단편을 문예지에 발표했는데 그 뒤로 일을 하느라 바빠서 그만 문학을 놓고 있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전업을 한다거나 대학 강사로 지원하면서 문학을 병행하는 것을 꿈꾸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제가 인기 없는 소설가라는 것을 알고 말았죠.

- 판매 결과를 볼 때는 아무래도 조금은 모두가 평등한 선상에 있게 돼요. 적어도 제가 있던 출판사에서는 그래요.

- 일반 투고로 많이 팔리는 작품을 써서 지속적으로 책을 출판하는 입지를 구축한다면야 더할 나위 없죠.






“10년 전에 등단한 뒤 몇몇 단편을 문예지에 발표했는데 그 뒤로 일을 하느라 바빠서 그만 문학을 놓고 있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전업을 한다거나 대학 강사로 지원하면서 문학을 병행하는 것을 꿈꾸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제가 인기 없는 소설가라는 것을 알고 말았죠. 씁쓸하지만요. 한동안 슬럼프도 있었고요. 등단을 좀 괜찮은 데서 하기는 했는데,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다시 재등단을 해야 하는 게 맞아서, 지금 다시 소설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전에 썼던 중편 모음 중에서 좀 아쉬운 게 있어서요. 시간이 흐르고 이미 낡은 느낌이 드네요. 나중에 재등단을 한다면 연타석 안타를 칠 작품으로 활용하자니 그것도 좀 그렇더라고요. 그렇지만 뭔가 아쉬운 작품, 제가 애착을 느끼는 제 어떤 시절을 정리해 주는 작품이었죠. 그 작품을 책의 형태로 간직하고 싶어서, 일반투고를 했어요.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면, 알아서 청탁이 들어오는 줄 알던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웃음) 스스로 찾아야 할 때도 있죠.”






“팔릴 것으로 애초에 기획하고 먼저 출판사에서 접근했다면 마케팅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말했을 거예요. 광고 방식이라든지 게재 횟수, 서평단 이벤트나 북콘서트 개최 여부 등등요.

보통 이런 경우는 일반 투고보다는 기획 출판 등등에서 더 그럴 거예요. 간혹 정체성이 확실한 전문 출판사라 특별히 해당 분야의 출판물에 더 신경을 쓸 수도 있겠지만, 넉넉한 형편이 아닌 일반의 중소형 출판사라면 아무래도 잘 팔릴 것에만 기준을 두고, 일반 투고든 출판사가 먼저 접근했든 선택과 집중을 하죠. 다만 대개 일반 투고의 경우 경력 면에서 매력적이지 않을 경우가 많아요. 거기에 콘텐츠마저 팔릴 만한 소재가 아니라면 후순위가 될 가능성 있어요. 아무래도 정말로 매력적인 소재나 내용이 아니라면, 저자가 얼마나 소화해줄지 등등이 중요해질 수도 있어요. 물론 모든 출판사가 그러는 건 아니죠. 전통 있는 출판사에서는 정말 마음을 다해 팔아보려고 시도해볼 만한 콘텐츠가 아니라면 대개 거르는 편인 것으로 알아요. 대신 그걸 통과한다면 열과 성을 다해서 팔려고 노력한다고도 알아요. 그래서 저명한 출판사의 전통을 쌓는 거겠죠.”


“그러고 난 뒤에 판매 결과를 볼 때는 아무래도 조금은 모두가 평등한 선상에 있게 돼요. 적어도 제가 있던 출판사에서는 그래요. 문학 전문 출판사였다면 작품성 있는 작품이 적게 팔려도 편집인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겠지만, 저희 같은 경우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또 그런 출판사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사업을 하는 것이라 상업적 고려를 아예 외면할 수는 없어서, 수익을 내주는 유명인의 콘텐츠가 있다면 이걸 외면할 수가 없죠. 오락적인 출판물이라 속으로는 깔보더라도 그게 그 출판사 이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 하대할 수는 없겠죠. 판타지물을 하대하던 시절에 그것으로 몇 백만 부를 팔아 치워서 출판사가 전문 문학 출판사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면, 아무래도 이중적인 상황에 처하겠죠.

그리고 많은 경우 출판사도 사업체다 보니, 많이 팔리는 작가를 가장 우대할 수밖에 없어요. 당연하죠.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그 다음으로는 출판사 이미지를 향상할 만큼 인지도 있는 저자도 중요할 수 있어요. 물론 이런 작가들의 작품이 뜻밖에 잘 팔리지 않을 수는 있어요. 그래도 예전에 베스트셀러 작가였거나, 사회적으로 신망 받는 분일 수 있죠. 그런 분의 책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출판사의 인지도도 올라가는 거죠.

그런가 하면 대개는 잘 안 팔리는데, 간혹, 찔끔찔끔 꾸준히 나가주는 작품이 많으면 이런 게 모여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매출에 보탬이 되죠. 그러려면 출판사에 콘텐츠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적어도 창고 물류 보관 비용만 잡아먹는 경우랑은 다르죠. 제 몫은 하는 콘텐츠들인 셈이에요. 다만 최근에는 이런 작품도 점점 없어지면서 베스트셀러와 쪽박 작품으로 양극화된다고 하던데, 그래도 별수 없죠. 베스트셀러는 나오기 어려우니 이런 무난한 작품을 펴내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요.

그런데 저자 입장에선 정산이 좀 불투명하게 이뤄지는 업계의 관행 때문에 아쉽기는 하죠. 베스트셀러의 경우엔 미디어 보도를 보다 보면 자신이 터무니없는 인세 정산을 받는다는 것을 눈치챌 여지가 있는데, 이 경우엔 그러기도 어려워요. 아직은 여전히 작가가 판매량을 정확히 알 수 있을 시스템을 갖추거나 제공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지만, 출판사가 심리적 우위를 가져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지점에서 저자의 불만이 생길 수 있는데, 업무를 하다 보면 그런 저자를 살뜰히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일반투고로 별 기대 없이 출간되었다가 베스트셀러라도 되는 날이라면, 그야말로 저자의 위상이 환골탈태하는 것이죠. 애초에 출판사에서는 저자와 책의 가능성을 간파했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죠. 될 것 같은 콘텐츠가 잘 안 되고, 안 될 것 같은 콘텐츠가 잘 되기도 하니까요. 그저 저자가 몇 백부 정도 책임지는 수세적인 방식을 넘어서서 정말로 그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입소문을 내든, 순수하게 오로지 독자들에게 우연히 발견되는 행운을 누리거나, 마침 시사적인 흐름을 타서 유명 저자의 유사한 콘텐츠와 함께 관심이라도 받게 된다면, 그때부터 다음 단계를 위한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게 될 거예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다든가, 기고문 청탁이 들어올 수도 있겠죠. 얼굴도 호남형이고 목소리도 좋아서 라디오에라도 출현해 입담을 과시한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 해당 코너에 5분이라도 노출될 수 있다면, 나름대로 엄청난 기회를 부여 받은 것이죠.

그렇게 100만 부, 아니다, 100만 부를 팔 행운은 정말 드무니 10만 부 정도를 팔았다고 해보죠. 그러면 그것으로 전업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경력의 파도타기라고 해야 할까요? 연쇄적으로 다음 기회를 부여 받을 가능성이 커져요. 그때 섣불리 아무것이나 열화된 수준으로 발표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면, 또 이미 많은 콘텐츠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 놓고 있었다면, 다음 책 출판 역시 그리 어렵지 않겠죠. 정말 그런 식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는다면 이것만큼 좋은 게 없죠. 보통 외국에선 이런 식으로 데뷔도 하고, 문명도 떨치거든요. 우리야 먼저 인지도 있는 등단 과정을 거쳐야 그게 자격증처럼 작동하고, 기회도 잘 부여되는 게 현실이지만, 결국 나중에는 잘 팔리고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무시하기 어렵죠. 그게 매출과 직결되고, 출판사를 먹여 살리는 것이니까요. 그런 경우라면 수십 수백 군데에서 퇴짜 맞았던 원고라며 나름대로 무명 시절에 겪었던 일화들도 다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되겠죠. 당시 퇴짜 메일의 내용도 보여주면서 그들 편집자가 얼마나 단견과 편견으로 무장했는지 슬쩍 비웃어 주면서, 조금은 우쭐한 마음이 될까요? (웃음)  






“일반 투고로 많이 팔리는 작품을 써서 지속적으로 책을 출판하는 입지를 구축한다면야 더할 나위 없죠. 그걸로 출판 관련 직접적인 경력도 쌓는 것이고, 대중과 잘 소통하는 인기 작가라면 굳이 등단이라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출판한 뒤에 상도 탄다면 나름대로 등단의 의미도 부여할 수 있을 거예요. 간단하게 모든 문제가 해결되죠.

다만, 대개는 일반 투고로 간신히 출판할 경우, 다음에도 일반 투고를 이어가야 하죠. 아니면 자기 부수를 어느 정도 책임지는 협상가가 되어 있겠죠. 사업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출판이 유리한 경우라면 출판사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무형적으로 맺기도 할 거고요. 간혹 콘텐츠 아이디어 면에서 출판사 사장과 죽이 잘 맞아서 기획 출판에 관여하면서 자기 콘텐츠도 출판하는 행운을 잡을 수 있어요.

설령 그렇더라도 꾸준히 자기 경력을 독자적으로 쌓아야 하죠. 출판물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 다른 경력으로, 예를 들어 해당 분야 박사 학위를 받든지, 성공한 글쓰기 코칭 강사가 되든지, 라디오 방송인이 되든지 여하튼 저자의 배경 자체를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하죠. 지속적으로 책을 내고 싶다면요. 또는 문학계에서 인정하는 공모전으로 등단하는 방법도 있죠. 사명감 있는 전문 출판사에서는 조금 안 팔리는 문학 콘텐츠라도 내주곤 하니까요. 그런 경력 관리 없이 몇 번의 출판에서도 처절하게 안 팔리고 나면, 편집인으로서는 어쩐지 피하고 싶은 느낌이 들고 말죠. 시간은 적고, 망할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이해해줄 여력도 없으니까요.”






“만일 책이 잘 팔렸다면, 그다음 기회가 왔겠지만, 또 한동안은 우리 출판사에서 제 원고를 내주겠다고 했지만, 그때 제가 좀 방만한 선택을 했죠. 프로가 되기는 조금 부족한 마음가짐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겁이 없었고요. 경솔했다고 해야겠죠. 당시엔.”










매거진의 이전글 일반 투고 계약과 반려 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