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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pr 16. 2024

그들 안에 흙이 있었다

삼행시

 그- 들은 죽으면

 들- 판에 버려졌다.


 안- 구를 파먹는 맹금류

 에- 들은 먼 곳에서 뛰어 놀았다. 시체는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시체가 있는 곳이 어디쯤인지는 알았다. 두려움의 언덕에 오르면 견딜 수 없는 냄새의 골짜기가 있다고 했다. 슬픔이란 때때로


 흙- 속에 묻힌 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흙 위에 놓인 채 바람을 기다리기도 했다.

 이- 유를 모른 채 실려 왔던, 이름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듣고는 "그래, 그래, 다 그런 거지." 수긍하며 "여느 슬픔인들 더한 것이 있으리오." 여생의 여운을 흙속에 묻어두고는 바람에 떠밀려가기도 하였다. 고요히


 있- 었다가도

 었- 쩌면 없었을 수도 있는

 다- 정한 속삭임, 사각사각, 사근사근, 거칠었다 부드러워진 잠결의 숨소리처럼.





☎ 파울 첼란, <그들 안에 흙이 있었다> 제목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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