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형절 놀이 & 띄어쓰기 놀이
나는 오래 전 대학에서 퀸카였다던 그녀의 말과 대학을 다니면서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그의 말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랐다.
이 문장 자체는 일상에서 말할 때 자주 드러나거나, 어려운 학술 문장에서 길게 정보를 나열할 때 발생하기 쉽다. 보통 여러 분류를 동시에 압축적으로 소개해야 할 때 자주 드러난다. 또 이것은 가독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 문장의 경우에서는 '그녀의 말과' '대학을'이 친화적일 경우 바로 이어지는 안긴문장(대학을 다니면서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이 이것과 상관이 없는 ‘그녀의 말’과 연관된 것으로 착각하고는 얽힐 수 있다. (다행히 여기서는 ‘말’과 ‘대학’이 유사한 성질을 지니지 않아서 오독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그러면 '그의 말'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잘못 엮였음을 깨닫고 앞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유형이 많을수록 자꾸 문장을 되짚어 읽게 된다. 애초에 어려운 내용이라 그런 경우도 있지만, 문장 구조가 꼬여서 그럴 수도 있는 셈이다. 후자는 가급적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 나는 그녀와 그의 말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오래 전 대학에서 퀸카였다고 했는데, 그는 그녀를 대학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보통 긴 문장을 정리할 때는 핵심 주어와 서술부를 가깝게 해주면서 재구성하는 것을 먼저 검토해 보기 마련이다. 여기서는 ‘나는 그녀와 그의 말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랐다’에 해당한다.
그렇게 가까이 있기를 바라는 성질의 것을 조금 더 가깝게 해주는 셈이다. 영어였으면 조금 더 가까웠을까? 물론 그랬을 것이다. 그건 어쩌면 언어의 개성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자.
- ["I" love] ["you who" were 퀸카 in her school.]
- 나는 "대학에서 퀸카였던"-그녀를, (나는) 사랑한다.
나라는 차원의 인간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이라는 사건을 닫는데 너무 많은 타자와 세상을 훑은 후에 돌아온다. 문장이 길어질수록 그녀 찾아 삼 만리를 할 것이다. 좀 더 오랫동안.
영어에서는 소박하게 자신의 차원에서 그 감정을 선언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에게 가닿는데, 그녀의 차원에서 조건부로 붙은 이야기는 이제 그녀의 이야기다. 어쨌든 나는 그녀를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앞에서 사건이 서술되었으니.
뒤로 털린 이야기로 사고가 익숙해지면, 두괄식처럼 주요 정보를 먼저 인지하고 차츰 살을 붙이는 습관이 들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를 알고 ‘그녀가 누구인지 설명하는(you who were 퀸카 in her school)’ 셈이다.
한국어에서는 아무래도 관형절이 주어와 목적어 등의 사이에 끼어드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어디를 보충해주는 정보인지도 헷갈릴 때가 생긴다. 뒤로 털리지 않고 안으로 끼어드는 문장이 더 자주 보이는 셈이다. 그럴수록 어떤 목적어나 주어를 단정하기 위해 먼저 부가 정보로서 관형절에 집중해야 한다. 주어와 서술어는 멀리 떨어진 채 나중에 조합된다.
나는 '대학 다닐 때 퀸카였던'-그녀와는 처지가 달랐다. 그녀는 '어저께 약속을 깨고 나오지 않았던'-그와는 동창이었다.
사실 이런 문장은 영어처럼 뒤로 털 수 없기 때문에, 뒤로 문장을 쪼개준다. 의식적으로 문장을 해체하여 재구성하는 것이다.
→ 나는 그녀와 처지가 달랐다. 그녀는 대학 다닐 때 퀸카였다. / 그런 그녀도 바람을 맞았다. 그녀의 동창이었는데, 어저께 약속을 깨고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잠깐, 맨 처음 문장을 가지고, 띄어쓰기 놀이와 관형절 표지 놀이를 해본다. 원고지에 모두 작성했을 때 임의적으로 가독성에 도움을 주는 표시를 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복잡하지만 원서의 문장을 그대로 살려야 할 때, 한국어 문장과 원어 문장이 잘 어울리지 않을 때 못맞춤법 놀이의 관점에서 이런 몽상을 해보기는 했다. 평소에는 교정교열을 하겠지만, 그 원문 그대로 살리면서도 가독성을 높이거나 문장을 압축적으로 쓸 때라면 개인적으로 활용한다.
띄어쓰기는 그냥, 붙여서 헷갈리지 않는다면 난감한 어려움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푸념처럼 낙서했다.
1) 나는-오래전 대학에서 퀸카였다던-그녀의말과-대학을다니면서 그녀를 한번도보지못했다는-그의말 중 누구의말을 믿어야할지몰랐다. (△)
2) 나는 ‘오래전 대학에서 퀸카였다던’ 그녀의말과 ‘대학을다니면서 그녀를 한번도보지못했다는’ 그의말 중 누구의말을 믿어야할지몰랐다.
3) 나는 「오래전 대학에서 퀸카였다던」-그녀의말과 「대학을다니면서 그녀를 한번도보지못했다는」-그의말 중 누구의말을 믿어야할지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