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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y 30. 2024

대상을 감각하는 방식

인식과 추론(1~4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4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생각 노트: 대상을 감각하는 방식

인지와 인식, 추론(비판적 추론, 적극적 추론), 상상과 몽상. 대상을 감각할 때 다양한 표현을 쓰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표현을 떠올린다. 행동, 태도, 신념 등등은 이러한 감각 단계를 거쳐서 드러나거나 그러한 감각을 조직화하는 수단으로 그 역할을 한다. 일단은 그것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대상을 바라보는 감각 중 그 첫 번째 단계에서는 그저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내용을 수집하는 차원으로, 인지가 있다. 학술적인 개념으로도 그렇다고 알고 있지만, 인식보다는 원초적인 단계다. 어떤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고 하면 그 사건을 인식하는 것보다 좀 더 간단하게 아는 것이다. 어떤 진실이 있는지는 모르더라도 일단 그 사건이 발생했음을 들어서 알든 보아서 알든, 어쨌든 발생 사실을 아는 것이다. 인지는 상시적으로 감각하는 과정에 발생한다. 다만 흔히 아는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인지하는 경우는 있다. 대개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만, 어떤 이는 손으로 감지하고, 냄새로 알 수도 있다. 

인식의 경우에는 인지의 갈무리라고 해야 할까. 체계화라고 해야 할까. 그것을 위해서 기존의 배경지식이나 신념의 사고 틀, 분석적 사고 틀을 활용한다. 일상적 수준의 지혜에 해당하기도 하고, 학문의 영역으로 깊어지기도 한다. 


단순히 어떤 사건을 발견하여 사진으로 찍어서 SNS에서 올렸다면 인지한 감각을 기록한 것이고, 그것의 중요성을 간파했다면 일차적으로 그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 혹은 인식했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정도라면 ‘인지’라고도 보고, 어떤 사람은 어떤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른 체계를 부여했기에 ‘단순한 인식’ 정도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에 덧붙여 자기 가치를 반영한 트윗을 작성한다면 인식의 갈무리라 하겠다. 그것으로 더 심층 취재하여 기획 기사를 쓴다면, 인식의 수준이 깊어진 것이다. 이때 문제 현상의 인식이 분석을 넘어 문제 지점 비판과 앞으로의 문제 예측과 해결 방안 마련에까지 이른다면, 추론의 차원으로 나아간 것이겠다. 추론은 인식을 더 밀어 올리는 과정으로. 학문의 단계요, 상상의 결도 맞물린다. 사실 이는 개인적으로 개념을 나누어 나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므로, 엄밀하게 확정하기보다는 임의적인 것으로 보는 편이 좋다. 

잠깐 다시 정리하자면, 인지는 그냥 데이터를 단순 감각하는 단계이고, 이렇게 인지된 정보들이 재구성되어 하나의 정보군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인식의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 데이터를 조합하여 정갈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만들었다면 그 내용이 사실에 기반할수록 인지에 가깝지만, 동시에 순서를 부여했다는 점에서는 인식의 차원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탐사 보도에 따른 기획 기사라면 인식의 차원이자, 여기서 더 나아가 비판적 추론의 차원에서 정보가 가공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역사를 예로 들자면, 특정 사건이 일어난 것을 단순히 적었다면 인지다. ‘1392년 조선이 건국되었다.’라면 적절할까. 그런데 ‘1392년에 신진사대부와 신흥 무인 세력이 힘을 합해 고려의 기득권을 몰아내고 쿠데타에 성공했다’고 한다면 비교적 사실에 기반했지만 여러 해석이 가미되고 점점 정보의 순서를 매겨야 하기 때문에 인식의 차원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역사비평을 가한다면, 이는 인식의 차원이 더 깊어져 비판적 추론의 차원으로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적극적 추론은 상상의 영역과 모호하게 겹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당시 행적 등을 추론하고 인물의 미시사적 살을 붙이는 것 정도를 의미한다. 대개 비판적 추론이라는 바둑돌의 포석을 보면서 판세를 추론하는 것. 어느 정도로 이기겠다 지겠다 어떤 돌을 두면 어떤 식의 세가 형성되겠다는 것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단 한 점의 돌(비판적 추론)만으로 거기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까지, 그러나 적당히 합리적으로 멀리 예측해 보려는 것이겠다. 적극적 추론의 과정에서는 비판적 추론을 위해 필요했던 여러 촘촘한 기록들 사이로 그림자처럼 형성된 추론의 결과를 토대로 조금 더 멀리 나아가려는 것이므로, 하나의 기록만으로는 멀리 나아가지는 못한다. 팩션에서 상상하듯이, 하나의 문장만으로도 어떤 역사적 인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그려낸다면 이 정도는 적극적 추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상상의 차원으로 보는 편이 더 나은 듯하다. 

그래도 이러한 상상은 우리가 합의한 어떤 문법적 영역 안에 있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인데, 유럽인의 차림새로 나올 수는 없는 법이고, 뉴진스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어색하다. 이쯤 되면 몽상의 영역인데, 이러한 엉뚱한 상상, 부질없는 상상, 도발적 상상으로 볼 수 있을 몽상의 차원까지 나아가면, 너무 터무니없어지지 않기 위해 수시로 조건을 걸고 전제를 두어서 상상의 테두리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으로 ‘고구려가 삼국 통일을 했다면’ ‘고려가 거란에게 졌다면’ 등등의 이미 확정된 역사적 사실을 다르게 가정하여 몽상하는 것도 나름대로 역사를 검토하는 데에 유의미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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