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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16. 2024

분류 작업의 의미: 배제자와 부재자 찾기

인식과 추론(110~111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10~111프레임에 해당합니다.






“배제자를 찾는 것은 반례를 찾는 것이죠. 어떤 명제의 경우엔 반례 하나로 반증해서 단 한 지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면 되니까요. ‘그는 완벽하다’는 명제에서 그가 완벽하지 않은 하나만 찾아내도 쉽게 그 명제를 효력이 정지되듯이요. 완전한 분류표라는 전제 하에 작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건 배제자의 출현으로 완전하다는 꼬리표를 떼야 하는 거죠.

하지만 부재자는 조금 다르죠. 완전한 분류표를 적었는데 어떤 한 칸이 비어 있다면 아직 미완성인 것이죠. 완전한 분류표에 한 칸이 비어 있다고 불완전하다고 하기는 그렇죠. 아직 미완성일 뿐이니까요. 또 꼭 가득 채워야 분류표가 완성된 것을 의미하지도 않죠.

분류 작업이란 무엇인가에 시민권을 부여해서 이에 속하지 않는 가치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그 분류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단 하나의 배제자로 확인하고 고치려는 과정의 작업이죠. 제겐 그래요. 또 우리가 꽉 짜 놓았다고 믿는 가능성의 체계 안에도 빈 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세하게 감지하려는 노력이고요.

무엇보다도 시민 모두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사고 습관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 좋아요. 잘 못 쓰이면 부재한 가치의 가능성을 애써 모른 척하고, 분류에 속하지 않은 자에게 배제의 낙인을 찍기 위한 방법이 되지만요.”


“이미 있는 반례라면 성실하게 품을 팔아서 정보를 수집하면 되죠. 많은 것을 마니아로서 수집하다 보면 세상에는 없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하지만 미래를 몽상하는 과정에서는 반례가 쉬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몽상에 가까운, 상상인지 적극적 추론인지도 애매할 추리를 하기 마련인데, 보통은 원래 원하는 방식으로 분류표에 잡아넣는 것만큼이나 분류에 들지 않을 모호한 특성을 분류된 대상에서 추론해 보는 거죠.

그런 식으로 분류에 잡히지 않을 방향으로 짐작해보거나 균열 지점을 파고 들어 추론하다 보면, 운 좋게 예상되는 반례를 유형화할 수도 있어요. 그러고 나면 그게 현실에서 유사한 맥락이되 다른 모양새를 띠면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도 있죠. 그 특성을 끌고 와서는 분류의 맥락에 넣으려 할 때 어느 지점에서 바깥으로 튕겨 나가는지, 예측해볼 수 있고요. 물론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죠. 실제로 그게 튕겨 나갈지는 끝내 알 순 없어요. 유비 추론의 한계랄까요. 외국이나 역사에 유사한 사례가 있어도 현재의 한국에서 그 일이 있을 때 예측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어도,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확정할 수 없듯이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그 분야의 분류 속성과 밀접하면서 현재에 존재하는 사례를 찾는 편이 낫죠. 있다면요. 없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란 독자에게도 고역일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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