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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17. 2024

배제자 포함하기

인식과 추론(112~114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12~114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생각 노트: 배제자 포함하기

배제자(소외자, 깍두기)를 발견했다면, 이는 사실 창작자의 입장보다는 비평가의 입장에서 유의미할 때가 많다. 비평가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분류 체계에 포함하지 못한 주요한 사건을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것을 포함하기 위한 새로운 분류 체계를 고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트음악이 주류가 아닌 시절에는 비트 음악을 비평 체계 안에 포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트 음악이 출현하면서 재분류를 하게 된다. 힙합 역시 그랬다. 선율을 주요한 요소로 분류해 놓은 상황이었다면, 힙합의 출현으로 그것을 포함하는 분류를 고안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들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범위를 넓혀서 세계 민속 음악까지 고려했다면 판소리처럼 선율이 없는 음악도 있겠지만, 적어도 서구 음악과 대중 음악 체계에서는 감지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불필요하게 범위를 느슨하게 확장하는 것도 비효율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힙합의 출현으로 분류표를 수정해야 했다.

반면 창작자 입장에서는 부차적일 수 있다. 비평가로서는 놓쳐서는 안 되지만, 창작자 입장에서는 이미 있는 사건인 셈이다. 언더그라운드 문법도 어찌 보면 주류 분류 체계에서 보면 시장의 배제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을 수 있다. 물론 뒤늦게 그것의 매력을 발견해서 일부 수용할 수는 있지만, 배제자라 불리는 새로운 가치의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비평가처럼 이미 있는 사건을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발견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덜 창의적인 사건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어쩌면 이를 현실 사건으로 옮겨온다면 난민이나 소수자를 발견하는 사건일 테니, 굉장히 묵직한 사건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고정관념 때문에 이미 있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므로, 없는 것을 개발하려는 것보다 우리에게 더 큰 경종을 울릴 만하다. 인식과 추론의 차원에서도 고정관념과 편견과 타성의 습관을 지우고, 더 역동적인 사유의 촉진을 위해, 분류의 불완전성을 새삼 깨닫게 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삼아 새로운 분류를 시도하기 위해 보통 배제자로 무게중심으로 이동하여 그곳으로부터 분류된 체계를 바라보려는 상상을 한다. 중심에서 벗어난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세계는 다른 방식으로 보일 것이다. 관점의 이동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양상을 따라가다가 운 좋게도 다른 분류의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이것이 배제자를 발견한 뒤 그것을 새로운 분류 체계에 포함하고자 할 때 하는 첫 번째 작업이다.

둘째로는 첫 번째 작업 이후 재분류 방식을 판단하는 단계다. 재분류 방식으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1) 우선 기존 분류표를 확대하면서 기준을 느슨하게 잡아서 분류표를 크게 고치지 않고, 배제자를 그냥 포함해 보는 방식이 있다. 이럴 때 대개 기준이 완화된다. 마치 특정한 날 일일카페를 열고 사람들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약속시간을 닮았으며, 상갓집으로 아는 사람이 오전에도 왔다가 오후에도 왔다가 하는 느슨한 약속 유형과 닮았다. 기존 체제에서 사회적 포용을 하는 방식이다. 또한, 2) 기존 분류표를 유지하면서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분류군 나누는 방식이 있다. 기준 분류표를 몇 토막으로 구분하는 방식인 셈이다. 약속 시간을 잡을 때 한 번에 통일하기 어려워서 배제자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그날 만나고, 다른 그룹은 다른 요일에 각각 만나는 방식이다. 결국 한 번에 모두를 만날 수는 없다. 쪼개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저게 빠지고, 저렇게 하면 이게 빠진다. 각각에 대해 맞춤형으로 접근하는 것이요,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배제자를 만난 그룹도 있지만, 만나지 못한 그룹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3) 새로운 영역으로 그리면서 배제자 중심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면 기존 분류표는 해체된다. 전혀 섞이지 않을 듯한 분야 간에 종횡무진할 수도 있다. 기존 관행과 달리 영역을 가로지르며 자기만의 영역을 구획 추출하는 것이다. 가로지르며 새로운 분류를 만들다 보면 원래 있던 분류 구성원은 빠질 수도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기준으로 하되, 분류자는 반드시 포함하면서 여러 분류표를 그려 되도록 기존 구성원을 각각의 분류표에 한 번 이상 포함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그냥 새로운 분류표 하나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셋째, 적극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가로지르는 분류를 하다 보면 자기 언어로 재편해야 한다. 이때 이름표도 다시 붙여야 할 수도 있다. 인식과 추론의 차원에서 유의미한 큰 격동의 방식인 셈이다. 없는 분야거나 경계를 지우며 여러 분야에서 걸쳐서 분류하면서 적극적으로 재편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추론의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기준이나 그것과 연계된 관점이 독특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럴 경우, 그 관점에 따라 분석을 하다 보니 소소한 지점에서도 이름표를 다시 떼었다 붙이는 식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용어 자체를 임의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것이 정당성이 있으려면, 그만큼 유의미하게 참신하거나 그만 한 전복적 성과를 얻어내야 할 것이다. 아무런 성과 없이 단순히 이름표를 다르게 부르는 것은 혼란만 가중하는 비효율적인 시도일 수도 있다. ‘의자’를 단지 ‘의자’라 부르기 싫어서 ‘자의’라고 부르는 것으로는 명분을 얻기 어렵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기준과 관점을 스스로 추출하여 재편하며 분류할 경우, 적어도 자기가 확실히 다룰 줄 아는 영역으로 대상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자기만의 게임의 규칙을 세워두고 그 그라운드로 대상을 초대하는 셈이다. 전문 분야의 지식에 억눌리는 느낌에서 거리를 두는 것으로, 역시 그것으로 그만 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유의미한 고찰을 한 뒤, 다시금 전문 영역의 용어를 수용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고, 여전히 자기만의 언어에 천착하여 나름대로 효율적인 표현으로 정착하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이때 상호조화를 이루어, 소통을 위해 객관적인 전문 용어로 재편하는 방안을 선택하면서 자기만의 언어를 줄여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추론으로 일단은 그 영역을 감당하기 위해 자기식대로 주관적인 용어를 썼지만, 그것의 부정확성이 치명적이라면, 객관적인 용어와 비교하여 비판적 추론을 통해 다시금 자신의 고집을 뒤로 물리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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