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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18. 2024

에어픽션의 세 유형

인식과 추론(115~117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15~117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한눈팔기: 에어픽션의 세 유형

에어픽션을 세 유형으로 접근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0차적 에어픽션.

굳이 에어픽션이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모든 가능성이라고 보면, 굳이 혼자만의 상상을 에어픽션이라는 가능성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단순한 예술 구상을 위한 자신의 상념을 끊임없이 정련화하는 것은 자기 안에서 도는 것으로 소통적 상상이 되기 전 단계로 0차적 에어픽션이거나 그냥 에어픽션이 아니다.

둘째, 1차적 에어픽션.

이게 수없이 가지치기를 하는 것으로 어떤 객관적 소재의 나열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관습적인 내용들을 활용하여 그럴 듯한 추론이나 공상을 하고 마는데, 이게 에어픽션일 것이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물적 소재 앞에서 순간적으로 내면의 두려움이 의심으로 변용 확장되고 수많은 가능성이 머리에서 소용돌이 친다. 에어픽션들의 향연일 것이다. 여러 시나리오 중 그는 하나를 붙잡겠지만, 진실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셋째, 2차적 에어픽션.

대표적으로 소문이 있다. 공적으로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음모론도 마찬가지다. 여럿이서 객관적인 내용을 공유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다. 자극 받은 소재로부터 수많은 에어픽션이 난무하고 그 중 몇몇의 시나리오가 공적으로 공유될 때 그것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영향력 있는 유언비어가 된다. 물론, 그 유언비어의 틈새에서는 끊임없이 에어픽션이 생긴다. 그렇다고 건전한 소재의 경우에도 그런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우리는 에어픽션을 끊임없이 버릇처럼 생산하고 폐기한다. 단순한 추측 역시 에어픽션이라 할 수 있다. 꼬르륵 소리에 “저 남자 오늘 아침 안 먹었나?” 역시 에어픽션이다. 아무런 해가 없을 뿐이다. 생산적인 에어픽션도 있다. 독자가 문장의 행간에서 상상하는 어떤 경우가 그렇다. 열린 결말에서 상상하며 주인공의 인생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를 2차원 지면으로부터 추론한 것이라 한다면, 현실에서 유발된 에어픽션을 3차원적 에어픽션이라고 해도 좋다. 누군가 문을 닫고 나간 뒤 다시 보지 못한 채 그의 다음을 상상한다면, 이 역시 열린 결말에서 주인공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과 같다.

그런가 하면 2차원적 지면에서 발생하는 ‘독서착각’(소설을 보고 지은이가 꼭 이럴 사람 같다고 단정하는 것, 현실과 일치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음)이 있다.


이를 영악하게 활용한 게 선거전에서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후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말투, 행동이 될 것이다. 그것을 통해 판단의 착각이 생긴다. 누군가에게 웃어 보이는 이미지컷이나 방송용 행동 하나만으로, 우리는 그 사람이 따뜻할 것이라 무의식 중 생각하며 여러 에어픽션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에어픽션이 잘 유발되도록 하는 중간자적 매개물로서 여러 것이 있을 텐데, 부정확한 소문의 경우 공적으로 공유하는 내용 자체가 유동적인 만큼 2차적 에어픽션이면서 중간자적 매개물일 것이다.

다만 소설처럼 이미 오랫동안 객관적으로 검증된 형식일수록 허구를 자연스럽게 합의하는 것이므로, 그 안에서 미묘하게 확정되지 않은 유동적인 성격의 이야기로 상상의 여백을 독자 나름대로 채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현실에서 가상의 이야기인 에어픽션을 증폭시킬 망상적 심증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그만큼 중간자적 매개물의 성격을 약해진다. 또한, 하이퍼픽션이나 가상현실 게임처럼 수용자의 에어픽션을 활용하여 오리지널 서사의 참여자로 포함시키며 에어픽션을 공적으로 활용하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에어픽션의 가장 나쁜 예로는 편집증, 알리바이 조작, 망상, 광고기만, 자신의 책임을 피하면서 분위기를 흐리는 절묘한 발언의 행간 등이 지금 당장 생각난다. 일부는 의도한 사람이 수용자의 에어픽션을 연출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실 수용자의 편견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추억 역시 에어픽션이라는 점에서 에어픽션이 나쁜 것만 있지는 않다. 더구나 사람의 추론 능력을 통한 추리도 에어픽션이라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기에, 그냥 확정된 형태나 공증된 형식으로 드러나기 전의 가능성 있는 상상적이고 증발적 서사를 에어픽션으로 해두자.

덧붙여 '가짜뉴스'는 의도적인 거짓으로, 명명백백하고 구체적으로 거짓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에어픽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에어픽션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광기의 심증을 확증해주고 지지해준다는 점에서 가짜뉴스 행간에서 연쇄적으로 더 나쁜 에어픽션이 발생한 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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