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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Jul 19. 2024

부재자 채우기

인식과 추론(118~120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18~120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생각 노트: 부재자 채우기

번거롭더라도 초기에는 분류표를 작성했다. 그러다 보면, 그냥 생각할 때보다 일목요연하게 어떤 흐름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뒤로는 분류표를 굳이 작성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조금 자세히 분류해 보고, 보통 때는 간이식으로 질문의 가지치기, 지점의 대비점을 찾는 정도로 그치고 직관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간혹 복잡한 경우에는 분류표를 작성해서 되도록 촘촘하게 경우의 수를 따지고, 그 중에 원고 맥락에 맞는 방식을 추려내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또한 분류표가 특별히 하나로만 고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어쩔 때는 참신한 소재를 찾기 위해 소재의 지점만 붙들면서 분류하다 보면, 새총으로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식으로 빈도가 낮은 지점을 찾아내곤 한다. 그 중에서도 중심 주제의 명제를 분류하다 보면, 사상사의 결을 배우기 위해 책을 뒤지듯, 특정 주제의 경우의 수를 살펴서, 뜻밖에 별로 다루지 않은 부재자 지점을 파악하기도 한다. 분류표를 작성하고 분명히 칸은 나오는데, 마땅히 그곳에 채워지는 명제에 맞아 들어가는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창작자에게 유용한 편이다. 누군가 집요하게 건들지 않은 주제가 있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거나, 기회의 지점이라는 뜻이다.

물론 대개는 누군가 건드리지 않은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미풍양속을 저해한다거나, 마치 임금의 역린처럼 해당 문화권의 비공식적인 금기 사항일 수도 있다. 만일 그러한 요소가 없음에도 부재자가 있다면, 꼭 붙들어야 할 행운의 지점일 수 있는데, 이러한 요소를 찾아내기 어렵지만, 실제로 여러 개인 여건상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전문 분야의 장벽이라든지, 너무도 안 팔리는 주제라거나, 생각보다 편견을 이겨낸다는 건 심리적 고통이 심하기에 매력이 떨어진다거나, 이미 이뤄놓은 성과와 충돌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이런저런 외부적인 요인과 개인적인 요인이 추가되면서 많은 이가 포기한 것이겠다. 아니면 뜻밖에 많은 이들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결국에 인연이 되어서는 그 부재자에 자신의 사례를 채워 넣기도 한다.  






◑ 생각 노트: 특급 부재자와 특급 배제자

부재자 중 특급 부재자가 있다면, 많은 경우 근원적인 관점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부재자다. 최소한 그 정도의 위력을 지닌 채 빈 칸으로 남은 분류 구성원이다. 핵심 관점으로 쓰일 만한 방법론이라든지 여하튼 인식의 뼈대를 이룰 만한 요소에서 부재자를 발견하여 채택했다면 그 뒤로 모든 이야기가 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일 이분법, 삼분법, 사분법이 있다고 할 때, 사분법은 실제로 쓰이는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면, 이것은 분류 체계에서 빈 칸으로 남는다. 언제든 논리적으로 10분법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분류 체계 안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하자. 이때 이 빈 자리를 채워서 부재자였던 사분법으로 모든 것을 적용한다고 하자. 그러면 인식의 방법 자체가 달라져셔 모든 이분법, 삼분법 결과물을 사분법으로 해석하게 된다. 그러니 건드리는 것마다 다른 양상의 결과물로 드러난다. 일종의 신형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면 그 선명도가 구식 프리즘을 쓸 때와는 전혀 다른 것과 같다. 라이카를 쓰면 라이카의 색감으로 모든 세상을 찍게 되듯이. 몇몇의 이름표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분류표 안에 있는 모든 칸의 이름표를 바꾸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기초적인 인식 방법에서는 대개 선배들이 안 건드려 놓은 게 없기에 애초에 없다는 전제로, 다른 지점에서 부재자를 발견하려고 애쓰기 마련이다.

이는 특급 배제자를 발견하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수자의 관점으로 보면 중심 자체가 뒤집히듯이. 남반구 중심으로 보는 세계지도도 마찬가지다. 보통 역전된 관점을 통해서 이름표를 전면적으로 다시 붙이는 경우로 특급 부재자와 비슷하지만, ‘역전’의 성향을 지닌다는 점에서 기존의 있는 것에 대한 비평의 반전일 경우가 많다.

특급 부재자는 특급 배제자일 때도 있으므로, 특별히 엄밀히 구별할 필요까지는 없다. 사분법의 경우라면 특급 부재자지만, 분류 바깥에 위치했더라도 의미와 가치의 평가를 역전할 양상까지 보이지는 않으므로, 특급 배제자는 아닌 경우다.






“분류의 지점에서 부재자와 배제자를 찾아가기 마련인데, 인식의 프리즘이나 함수 상자가 될 만한 수준의 특급 부재자나 특급 배제자를 찾는다면 엄청난 행운이죠. 그 잣대로 보면 모든 게 재편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달리 보면 그건 어쩌면 늪으로 빠지는 저주일 수도 있어요. 상식의 범주를 벗어남으로써 많은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을 수 있겠죠. 삶이란 논리로만 되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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