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 추론(133~135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33~135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한눈팔기: 예술은 형식과 테크닉이 거의 모든 것이다
예술은 형식과 테크닉이 99%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내용과 진정성(진실됨)의 신화는 제한적으로 블랙스완처럼 출현하고 일시적인데, 강렬한 이벤트적 사건으로 인해 우리는 두고두고 그때를 기억하며 그것이 지속되는 것이라 믿는다. 사실 이러한 유형의 진실됨과는 달리, 대개 말하는 진실됨은 테크닉을 통해 실현된다.
물론 진짜로 모든 장막을 걷어낸 채 수준 이하의 테크닉으로 실현되는 진실됨이 있는데, 예를 들어 맞춤법도 맞지 않은 문장으로 감동을 주는 경우이고, 펑크록처럼 쓰리코드를 외치면서 줄기차게 단순하게 긁어대는 기타리프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이고, 특정 사건 다음부터는 무한반복 재생산에 불과하다.
그런 진실함은 사실 조악함과 함께한다. 그런 미의 출현이 있다면 그건 예술적 사건이다. 그리고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에 소중하다. 대개는 고도의 테크닉을 테크닉으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수련을 통해서 진실됨을 연출한다. 진실되기 때문에 그런 연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런 테크닉을 연마했기 때문에 진실됨을 주입하는 여유가 생긴다. 사람들도 그렇게 믿게끔 하는 권위도 생긴다.
내용은 언제나 어디든 있고 더는 새로울 것이 없기에 그것으로 예술의 존재 의의를 말한다면 가장 게으른 것 같다. 그런 건 그냥 말로 주장을 해도 된다. 그다음이 테크닉으로 예술의 존재 의의를 말하는 것이고, 그다음이 형식으로 예술의 존재 의의를 말하는 것이다.
적어도 예술에서 다양한 시도란 형식적 개혁이어야 한다.
내용의 개혁을 말로 보여주면 철학자나 사상가고, 삶으로 보여주면 행동가이자 종교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예술에서 내용을 보여주는 이벤트적 사건이 있는데, 그런 경우라면 사실 에세이로 충분하며, 이런 반복은 몇 번 정도 이루어지면 참신함의 효력을 상실한다. 테크닉의 밀도가 떨어질수록 파생의 가능성이 낮고 그만큼 그만 그 잠재력이 소진되기 때문이다. 다만, 정서적 감동을 하기에는 괜찮다. 정서적 감동은 사실 그 예술의 가치나 존재 의의와도 상관없는 것이기는 하다. 정서적 감동은 꼭 그 예술 작품에 근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테크닉이 가장 덜 요구되는 글 형식이 에세이다.
사실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정확히 표현하면, 테크닉을 향한 진정성, 진심, 진실됨이 부족하다고 하는 편이 적절하다.
“난 테크닉을 연마하는 것에 진심이 부족했던 거야!”
"좀 할 줄 안다고 고난도 테크닉이나 싸지르다니. 아, 아, 부족한 듯 어눌한 듯 활화산의 용암을 숨긴 내성적인 테크닉은 허락되질 않는단 말인가. 연습량이 부족해. 여유로운 휴식도 연습이거늘."
이런 게 아니라면 뛰어난 예술을 하는 ‘개차반’의 인성을 설명할 수가 없다.
어떤 테크닉이 테크닉으로 느껴지지 않고 내용의 진정성 등으로 공감 받았고,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면, 이미 그러한 합의가 폭넓게 이뤄졌고, 사실은 그것을 위해 선구적으로 해당 기법을 합의시킨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그것이 사람들에게 내재화되었을 때는 더는 의심 없이 그러한 문법이 작동하는 것도 까먹고, 내용으로 집중하는 것에 스스럼없이 공감하기 마련이다. 결국 테크닉이나 형식보다 내용이 주요한 것이 아니라, 이미 폭넓게 사방으로 주류 문법의 토양이 형성되었기에 그 안에 있는 자는 깨닫지 못할 뿐이다.
만일 어떤 테크닉이 공감을 얻지 못했다면 아직 테크닉을 덜 연마한 것이거나, 아직 그 테크닉을 받아들일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실력을 올려야 하거나, 기다려야 하는데.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 길은 없다. 또 채택되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니, 꼭 남성들에게 ‘니들은 니들이 그런 혜택을 누리니까 그런 팔자 좋은 소리나 하는겨!’라고 하는 것 같아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