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 추론(136~139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36~139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생각 노트: 대상에서 나아가기
요약과 질문을 통하여 사유를 갈무리하고, 분류와 비교를 통하여 조금 더 입체적으로 연결 지어서 대상 간의 관계를 헤쳐 모여 하는 동안, 유의미한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도 있다. 자기만의 관점과 언어로 재편하는 동안, 적어도 그 규칙 안에서는 자신도 어느 정도 권위를 지니게 된다. 물론 자기 경험에 대해서 자기가 최고 권위자인 것과는 달리, 기존 분야의 전문가들보다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건 하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기만 해도 다행이다. 운이 좋아서 매우 독특한 발상으로 논의를 펼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상당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전문 분야의 객관적 방법론과 용어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예 전문가 집단을 편입되기 위한 절차를 밟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독자와 전문가 사이의 영역에서 여러 스타일로 그 간극을 메우고 다양화해야 하는 지점을 붙드는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모두가 자기 상황에 맞는 스타일로 말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법이 있어야 시민 역량을 스스로 키울 수 있다고 믿기에, 아마추어의 한계를 인지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전문가를 흉내내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언어로 영역을 확보하고, 정교한 작업을 위해 전문가와의 협업도 염두에 두는 사람들이라면 끝까지 밀어붙일 때 어떻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고민하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또, 과연 그래도 되는지 망설이던 시기도 있을지 모른다.
내 경우에는 글을 쓰기로 했을 때, 또는 포기하려다가 다시 쓰기로 했을 때 먼저 고민한 것이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다.
‘어디까지 아는가? 어디를 질문할 것인가? 어디서부터 추론할 것인가?’
요약과 질문을 통해 나아가고, 분류와 비교로 다양한 각도로 비판적 추론하면서, 이제는 아이디어를 추출하여 검토 대상에서 더 나아가야 했다. 비판적 추론을 중심에 두고 조금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추론하거나, 상상이나 몽상에 이르는 과감한 진술을 하기도 했다. 전문 연구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 경우에는 기본적인 인지 다음 단계로 인식의 차원에서 정돈을 할 때 1차 추론이 겹쳐서 따라붙는다고 봐요. 그게 비판적 추론이죠. 그게 없으면 인식도 너무 단순해지죠. 결론을 내려면 비판적 추론이 있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 적극적 추론을 2차 추론으로 부르죠. 조금 더 나아가서 다양한 양상을 예측하면서 상상하는 거죠. 논리적인 모양새를 갖추어야겠죠. 그리고 문학적 상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몽상의 차원까지 굉장히 도전적인 3차 추론을 하는데, 문장 하나만으로 한 인물의 전체를 그려낸다든지 하는 것을 뜻하죠. 또 적극적 추론을 하더라도 함부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영역을 다채롭게 구상하는 것이고요.
하기야 이러한 구분법은 다 임의적인 것이죠. 어차피 그 개념들의 경계 자체가 모호하잖아요.”
“물론 권위에 짓눌리지 않고 자기 언어로 말한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에요. 사실 꼼꼼히 보면 전문가들이 굳이 그렇게 어렵게 뭔가를 설정해 놓는 게 다 이유가 있기도 하고요. 결국 자기 언어로 쓴다는 건 철회할 것을 각오하고라도 나아가야 할 때 임시적으로 요긴하다고 봐요. 운이 좋아 자기만의 언어 자체로 확정할 수도 있겠지만, 확률이 높지는 않아요. 대개 부실한 지점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그러다 하나씩 물러나고 끝내는 전문가들이 그렇게 쓴 이유가 있다는 것으로 인정하고 말죠. (웃음)
그럼에도 처음부터 권위에 짓눌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반지성으로도 권위에 짓눌리지 않고 잘못된 것으로 나아가서는 자신들이 전문가의 권위를 찬탈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착각하기도 하는데, 그런 착각 없이도 아마추어가 나아갈 수 있는 지점이 제한적으로 있다고 보거든요. 거기를 깊이 파서 진리의 핵이 있는 데까지 나아가는 거죠.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요. 어, 이건 너무 비장했나요? (웃음)
권위에 짓눌리지 않되, 비판적 추론에서 멈추는 것으로는 유의미한 발화를 할 수 없다면, 그럴 거라면 전문적인 글쓰기가 낫다면서, 전문가가 쉽사리 해서는 안 되는 지점으로 나아가서 거기서 유의미한 가능성을 말하려 한다면, 몽상도 괜찮은 추론 방법이죠. 전 비약적 추론이라고도 하죠. 상상의 경우와 몽상을 나눌 때는 상상을 적극적 추론에 살을 입히는 입체적 추론으로 표현하고, 몽상은 아예 확 뛰쳐나가서 마음껏 상상하는 수준이죠. 비약적으로요. 어쨌든 역시 임의적인 구분에 대해 말했네요. (웃음) 이런 식으로 브레인스토밍 하듯 잡담을 하면서 두서없이 말해도 누군가는 유의미한 지점을 포착해서 수집할 것으로 믿기에 감히 말을 뱉을 수 있죠.
어쨌든 조금 더 가정을 촘촘히 세운다면 몽상이라도 상상같은 느낌을 주거나 적극적 추론이나 입체적 추론이라 할 수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전력을 다해서, 창의적으로 몽상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거죠. 직관적으로 브레인스토밍하면서, 그 하나의 명분을 얻기 위해 사방에 그물을 쳐보는 것이고요. 물론 이렇게만 해서는 정제된 글이 아닐 수도 있고 학술적 글로는 미달일 수도 있어요. 독자를 신경 쓰지 않은 데모 버전 같겠죠. 하지만 온라인그라운드에서 평가 체계만 제대로 있다면 무수한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보낼 환경을 갖춘 것으로 보죠.
그리고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그때부터는 내 것이 아닌 것을 엄밀하게 구분하고, 해당 분야의 정전이라 할 만한 전문 서적을 탐독하고, 거기에 주석을 다는 연구를 진행하겠죠. 그러다 보면 아주 좁은 틈으로 자기가 발 디딜 공간을 발견해낼지도 모르죠. 전문가가 되지 않고 여전히 전방위적으로 딜레탕트의 작업을 하면서 시민 참여적 글쓰기에 관여해도 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