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 추론(150~152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50~152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각설탕탕후루, 생각 노트: 전문가 의견 인용(소견논거) 방식에서 어느 정도 거리두기
전문가 인용(소견논거)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다. 그가 말한 명제(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조차 사실은 불완전하다. 전문가의 의견에는 무수한 반론이 있기 마련이다. 핵심 전문가의 핵심 연구 내용이라고 해도, 또 그 전문가가 엄청난 권위를 지녔다고 해도, 그만큼이나 대칭점에서 반박 의견이 강할 수 있고 그쪽에도 저명한 학자가 포진해 있다면, 자기 유리한 내용만을 확증편향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결국 소견논거보단 비판적 추론으로 결론을 끌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래도 논거를 제시하는 귀납 수집 및 선택 방식을 쓰기 마련인데, 실제로는 논리를 완성하는 것에 별반 도움을 주지 않지만, 논의를 강화한다는 위안을 줄지는 모른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도 나랑 같은 소리를 해. 그가 말했기 때문에 내가 한 말은 정답이야.’
물론 이런 식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므로, 전문가 인용은 최소화하는 편이 좋다. 설령 인용 방식을 선호하더라도, 적어도 맹신하지는 말자. 그가 노벨상을 탔으니 다른 분야에도 대단할 거라는 착각이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전문 분야이면서 그것으로 노벨상을 탔다면 그 정도라면 근거가 될 만하다.
그러나 그조차도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문학적 소견이라면 그저 참고만 하거나, 지워도 좋다. 또 어려운 문학적 소견일 경우 오용할 수도 있으므로, 자기 식대로 변경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표현하자. 지식놀이처럼 ‘니체 식으로 말하면, 내가 아는 니체라면’이라고 전제를 다는 것이다.
소견논거는 그 전문가의 명제가 내 논의의 주요한 출발점이 되었을 때 필수적이다. 그것을 참으로 받아들인다는 전제로 논의를 펼쳤다면 그의 논의가 어땠는지 깊이 알수록 좋다.
사실논거는 많이 써도 개의치 않는다. 사실 자체로는 어떤 강력한 권위를 지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화를 조심하면 된다. 귀납의 한계 인식하고 반대쪽을 가리키는 사실논거가 있다면 인용할 때 유의한다.
가능하다면 소견논거든 사실논거든 인용 없이 추론에 따르는 것을 선호한다. 그다음에 논거를 추가하기도 한다. 너무 건조해질 수 있으므로, 예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예전에 초등학생 논술도 가르쳐본 적이 있는데, 오래 전 어렸을 적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게 있었어요. 본문에 꼭 속담이나 격언을 쓰게 하는 것이었죠. 뭔가 속담이랑 격언을 반드시 끌어다 써야 글다운 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좀 이상했어요. 논리적인 게 아니라, 그냥 많은 사람들이 그리 생각했으니 그게 지혜고 그게 옳다는 것 같았어요. ‘다들 그렇게 생각해’ 하면 논의가 끝나는 동양식 토론이랄까요. 그나마 적확한 것을 쓰면 괜찮은데, 한 아이는 ‘무대뽀’ 정신으로 무조건 한 속담을 아무 글에나 가져다 써서, 어쩐지 큰 웃음을 주었죠.
예를 들어 모든 글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을 썼는데, 하나밖에 모르기도 했겠지만, 어쩐지 묘하게 저항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오늘도 티끌 모아 태산이다.' 이런 식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