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 추론(159~161F)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59~161프레임에 해당합니다.
“여담이지만 꾸니가 백조가 아닐 수도 있다면 소전제도 흔들려요. 팬더가 곰인 줄 알았다가, 너구리과라고 하던데, 다시 곰과라는 혼란스러운 견해가 상존하는 경우가 떠오르네요. 소전제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죠.”
“팬더로 백조를 연결 지어서 같은 맥락으로 한 것은 정확하게 연결 지은 것이라 유비 추리는 아니죠. 겉으로 팬더와 백조는 달라서 유비 추리한 것 같지만, 실제 속성을 추출해 보면, 이 연결고리의 핵심은 백조와 편더의 유사성이 아니라, ‘어떤 개체가 어떤 종에 속한다는 사실이 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동질적인 말을 내포한 게 핵심 정보니까요. 이건 분명 유럽의 역사적 사건이 우리도 엇비슷한 역사적 상황에 있으니 생길 것이라는 예측과는 약간 결이 다르죠. 유럽과 한국의 상황을 동질적인 맥락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잖아요. 엇비슷한 맥락일 뿐이죠. ‘어떤 개체가 어떤 종에 속한다는 사실이 실은 아닐 수 있다’는 명제에는 이러한 맥락을 왜곡할 다른 변수가 거의 없다고 해야겠지만, 유럽의 사건이 한국에서 똑같이 벌어지려면 수많은 변수를 통제해야 하는데 이게 사실 불가능하죠. 그래서 유럽적 상황을 한국에 적용해서 예측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정확할 수밖에 없고, 이걸 유비 추리의 한계라고 했죠. 그래도 여러 조건이나 맥락이 흡사하다면 충분히 귀 기울여야 하죠. 그게 안 되면 법학이나 역사학은 불가능하죠. 또 남에게 본 받을 이유조차 없겠죠.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면 되니까요.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기에 유비 추리는 한계를 지녔으면서도 여전히 유용하죠. 동물 실험은 그 실효성과 생명 윤리가 충돌해서 논란이 되지만요.”
“전문가들도 그래야겠지만 비전문가의 글쓰기라면, 늘 판단을 유보하면서 비판적으로 점검하며 최선을 다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곱씹어보는 작업 그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결론을 내려야 할 때도 있겠지만, 항상 조건을 설정해서 판단을 제한적으로 하는 게 좋고요. 누군가에게 자기를 믿고 따르라는 식은 위험하죠. 그런 걸 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생각을 곱씹는 노력을 하자는 것이고요. 그게 시민의 역량이 되죠.”
“특히 추론을 해나갈 때도 항상 고민해요. 지점 분류로 가지를 치면서 질문을 만들고 문장을 만드는데, 원인과 결과를 쓰려고 할 때 p→q 명제를 제대로 썼는지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사회조사방법론 때문일까요? 통계에선 늘 고민하는 부분이잖아요. 사실 복잡해서 대학 졸업 이후에는 잘 활용하지는 않는데, 저 나름대로 이런 정도의 세 가지는 점검하죠. 우선은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라고 해야 하나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혼동하는 것인데, 그냥 겉으로 보이는 현상이 꼭 원인 같아서 원인의 위치에 놓아버리는 것이죠. 이건 답을 고쳐야 하죠. 틀린 답이니까요. 원인을 잘못 쓴 건 아닌지 검토하는 거죠. ‘오비이락’이라는 말이 있죠. 까마귀 날자 마침 배가 떨어져서 까마귀가 원인이라 여기지만, 실제로는 바람 때문이거나 배가 익어서 떨어진 것이겠죠. 물론 이것도 반복된다면 뭔가 까마귀만의 스킬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순 있겠지만요. (웃음)”
“둘째로는 제3의 변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인데, 솔직히 그것은 어렵고, 그냥 이렇게 점검하죠. 겉으로 제시된 원인이 정확하지 않거나 불충분하고 실제도 더 주요한 원인이 있는데 그게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조사할 때 제3의 변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원인과 결과가 잘못 설정되기도 하죠. 즉 그 때문에 오답이거나 불충분한 답이 나온 것이죠. 어쩔 때는 명제 자체가 엉키고요. 예를 들어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들은 성적이 낮다’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해보죠.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성적이 낮다’ 언뜻 맞는 것 같지만, 담배를 피워도 성적 좋은 학생 많고, 대학생 중 남학생들은 한때 거의 모두 담배를 피웠죠. 그렇다면 이보단 다른 원인이 있겠죠. 담배를 피우는 것은 표면적인 징후라서 아예 무의미한 것은 아니겠지만, 사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위 불량 학생이라 불리던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기 마련이고, 또한 그것이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바깥으로 겉돌면서 놀다 보니 공부 시간이 적어지고, 그 때문에 성적이 낮게 나오는 거겠죠. 이때 진짜 원인은 공부 시간이고 표면적인 원인이 아예 틀릴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그래도 징후로서 유의미하긴 해요. 보통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이 성적이 낮을 것이라는 추론을 하니까요. 편견일 수 있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생각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요. 그게 말이 될까 싶지만, 사실 사회 현상을 조사하다 보면 유의미한 현상이 동시에 포착되곤 하죠. 그러면 어느 게 먼저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잘못 분석하면 거꾸로 분석하죠. ‘민주주의가 발전해서 경제가 성장한 것인지’ ‘경제가 성장해서 민주주의가 발달한 것인지’ 모호할 때도 있죠. 현상만 포착해서 보면요. 그러면 다른 각도로 더 정밀하게 접근해야겠죠. 일상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가 있겠네요. 닭과 달걀 중 어느 게 먼저 있었는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볼 수는 없으니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