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놀이의 적극적 추론과 몽상

인식과 추론(164~165F)

by 희원이
글쓰기 외전: 인식과 추론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73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64~165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인용글 & 코멘터리: 호이징하의 ‘적극적 개진’은 지식놀이적이면서 지식게릴라적인 글쓰기

“독자들은 여기에 나오는 말 하나하나에 대해서 상세한 증거 문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문화의 일반적인 문제를 다룰 때에는, 공격자 자신이 충분히 탐사해보지 않은 부분이라도 항상 과감하게 공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미리 내 지식의 미흡한 점을 보충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지금 쓰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쓰지를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쓰기로 결정하였다.” (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초판15쇄, '머리말' 중에서)


♪ 코멘트: 지식놀이의 적극적 추론과 몽상

모든 부분에 정밀하게 인용을 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되도록 인용의 종류를 세분화하여 생각이 흘러나온 길을 밝혀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이라 딱히 그러한 출처를 밝힐 수 없더라도 '미상인용'과 같은 방식 등 소극적인 자세로라도 내 말이 아닌 것을 분류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수용자가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라 여긴다. 즉, 일반 수용자라면 결국 지식의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인용을 통해 다른 지식인의 의견을 출발점이나 근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만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상상력을 발전시킨다면, 호이징하의 말처럼 과감해도 괜찮겠다. 정석적인 방법을 취하더라도 조건을 달아서('한 전문가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면', '어떤 부분만 취한다면' 등등 논의의 출발점을 제한하고는) 영역을 줄이고, 행간에 대해 의심하고 의견 확정을 유보하는 방식을 통해서 확실하다고 믿었던 명제들을 소거해 나갈 때, 그 과정을 마치고도 살아남은 명제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니체나 호이징하의 글쓰기에서처럼 좀 더 과감한 듯 보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지식게릴라의 입론자적인 글쓰기와는 약간 다른 면도 있다. 설령 겉으로는 비슷하게 드러난다 하더라도 수용자의 글쓰기는 자신이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확정하는 데 주력하면서 자꾸만 그 범위를 잘라 나간다. 공격보다는 수성을 고민하다고도 할 수 있다. 설령 입론자처럼 공격적인 개진을 하더라도 다시 '회군(의견 철회)'하거나 '농담'으로 치부해버리거나, 더 세밀한 조건과 다른 의견을 제시해 쉽사리 입론하지 못하게 막거나,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철저히 제한하여 주관적인 문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의견은 논리를 세련되게 갖춘 완벽한 주장이 되기보다는 할 말이 더 남아있거나 말이 사라진 채 의견은 하나의 사례로만 남거나 의견이 나온 과정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겠다. 이런 면들만 놓고 보자면, 수용자의 글쓰기는 신중한 포석을 깔면서 놀이의 방식으로 겸손을 위장하는 글쓰기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처지에서 어디까지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하는 소크라테스적인 글쓰기이기도 하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발견해 나가는 글쓰기인 셈이다.

그나저나 이 글 역시 철회하거나 농담으로 치부해버린다면, 누군가는 화를 낼까. 그래도 이 글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이 글 무덤을 활용할 수도 있을 테니, (내가 가장 먼저 참고하겠지만,) 철회한다고 철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회군과 철회와 농담의 방식으로 연기할 뿐, 글쓰기에는 언제나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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