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Part1 (13~24F)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1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48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3~24프레임에 해당합니다.
“초상권 문제로, 저는 자리만 잡기로 했어요. 어떤 모습일지는 상상으로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이겠죠? (웃음)”
옛날에 백설공주가 살았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미화해서 매우 온화하고 연약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공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녀 탓에 위험에 빠졌지만, 잠 들었다가 왕자의 도움으로 모든 걸 되찾은 인물이었죠.
그런데 사실 공주와 마녀는 한 인물 안의 다중인격이었습니다. 다중우주의 두 인물로도 묘사하거나, 공포영화의 도플갱어도 다 그저 한 인물의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일 뿐이었죠.
눈 부시게 아름다웠던 공주였지만, 차가운 표정을 숨길 순 없었던 존재, 남들이 자신에게 접근할 때는 다 꿍꿍이속이 있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깨달아야 했던 인물로, 백설공주는
천사의 말보다는
마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하여
남을 잘 믿지 못하고, 먹을 것은
꼭 쥐고 있는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누워서도 먹을 것을 쥐고 있다가 차츰
잠에 빠져드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과일인 사과에서 좋아하는 패션품목인 가방으로 관심사가 넘어갔을 뿐입니다.
그렇게 가방을 쌓아두고 잠에 들다가 점점
보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액세서리보다는 순수하게 장식용 보석에 관심을 두는 여인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랬던 그녀였는데,
자신이 지닌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은 호구일 뿐이고
나약한 심성일 뿐이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바람에,
여전히 좋아하는 과일의 씨까지 씹어 먹었던 것입니다. 누군가 그 씨를 모아다가 튀김을 해먹는다는 헛소문이 귀에 꽂혔던 것이죠.
그리하여 사과의 일부 씨에 포함됐다던 청산가리 성분 탓에 공주는 비몽사몽해졌고,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다이아몬드를 보다가 뜬금없이 깊은 잠에 빠져든 소위 토포러가 되고 말았습니다. 나름대로 삶에 지쳤던 것일까요? 사람들은 그게 공주의 의지였다고 설왕설래 했고, 어떤 이들은 사고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한 동화작가는 이 사건에 영감을 받아, 마녀가 공주를 사과로 잠들게 하는 동화를 쓰지요.
여하튼 사과를 씨까지 씹어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지요. 사람들은.
"저기요? 포도는 씨 씹어먹으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 사람도 생기긴 했는데, 대체 "포도 씨를 왜 씹어먹으려 하죠?"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그냥 웬만하면 삼키거나 뱉읍시다. 보통, 씨는 씹어 먹으라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 초상권 문제로 이미지를 생략한 놀이글 에피소드: 백설공주 이야기(2)
옛날 옛적에 마녀가 준 귤을 먹고 잠이 든 백설공주가 있었어요. 원래 독이 든 사과를 먹는 것이었지만, 상황에 따라서 큰 틀 안에서 작은 내용은 쉴 새 없이 변하기 마련이었어요. 우리가 죽는 것은 변함없지만, 각각 그 삶의 내용이 다르듯 말이에요. 그리하여 사과는 그녀에게 특별히 나쁜 과일로 남지 않을 수도 있었어요.
오히려 이 세계에서는 어린왕자를 묻은 감귤밭에서 자란 감귤, 옥수수밭 옆에 감귤밭을 마련하여서는 감귤을 재배할 때부터 깊은 잠에 빠지는 약을 넣어서 재배한 감귤을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수확하여서는 백설공주 등에게 배달하는 것일 수도 있었어요. 그렇게 하여서는 마녀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뒤에서 관망하며, 심부름꾼을 통하여서는 택배로 감귤을 전달할 수도 있었어요.
백설공주는 감귤을 먹고 깊은 잠에 빠질 뻔했지만, 그런 일에 태곳적부터 내성을 길러온 터라, 그녀는 저녁쯤에 일어났어요. 평소에도 술을 마시는 버릇이 있어서, 그저 조금 많이 어지러울 뿐이었어요. 발갛게 상기된 채로 이상하다며 오늘은 술을 안 마셨는데 마신 것 같다면서, 그 기분을 전하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한참을 통화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싶었어요. 자신이 너무 흥분해서 혀가 꼬인 채로 말을 많이 했으니까요. 무척이나 행복했어요.
“사실 처음에 놀이글을 하려다 보니 가볍게 접근했죠. 무언가를 창작한다기보다는 기존의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편집하는 방식이었다고 해야겠죠. 예를 들면 기존 동화의 한 대목을 따와서 그것과 상관 없는 그림이랑 연결해서 배치해 보는 것이었죠. 때로는 그 동화의 다른 대목을 따와서 다른 이미지와 연결해보거나, 같은 이미지로 다른 동화 이야기와 연결해보는 식이었죠.”
같은 이미지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이미지로 같은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요. 여기서 든 예시의 경우 다른 이미지로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죠. 다만 완전히 같은 글귀를 쓰는 경우보다는 조금 느슨한 방식으로 같은 동화에서 약간 다른 대목을 따오거나 변용하는 예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