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우연히 입수한 인터넷 자료로 즉석에서 즉흥 창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때로는 제한된 몇몇 사진을 활용하여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사진은 제 것이 아닙니다. 저작권자께서 이의 제기하시면 바로 내리겠습니다.
발표용은 아니고, 예시용입니다. (→소개글 더보기)
할아버지 저택에 가보니
할아버지의 초상화가 집안을 지키는 것처럼
근엄하게 걸려있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눈이 불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왜 그런지 몰랐는데, 저택을 관리하는 집사 아저씨가 한숨을 지으며
말씀을 주셨죠. 원래 밤만 되면 웬만해서는
어르신의 초상화를 보지 않는다고 했죠. 그 눈안에는 할아버지가 마음속으로 그리고 그렸던 인물, 사랑하는 인물이 아니라, 그가 제거하고자 했거나 미워하던 인물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죠. 그런 눈을 보고 있으면
힘이 빠지고 우울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래 전 그 사람들을 막아서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죠. 그들을 막아서며 어르신의 명령을 따랐지만, 이제 어르신은 없고 자신은
이제 근육도 다 풀린 늙은이라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밤마다 어르신의 눈속에서 어르신의 원망에 박제된 존재들을
보고 있자니, 돌아버리겠다는 것이었죠.
집사의 말을 듣는 손자는 이게 뭔소리인가 싶었습니다.
그들은 '세무조사팀'이었다는 말을 듣고서야 조금은 짐작 가는 게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빨리 지하 창고로 들어서는 길목을 차단하라고 명령했고,
저택의 집사들과 보디가드들이 막아섰지만,
치밀하게 준비하고 들이닥치는 조사팀을 막기란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지하실 문이 열렸고, 앵그리 짜파구리 매운맛 큰 사발(거짓말)로 가득한 회계 자료를 찾기 위해
조사팀원들은 용광로처럼 뜨거운 현장 위를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 자료를 싹 훑어가지고 1층으로 올라왔을 때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속에 그 조사팀의 면면을 담았다는 것이었죠. 그런 뒤 감옥에 잠깐 가셨다고도 하죠. 어렸을 적
손자와 닮았던 할아버지였지만, 감옥에 잠깐 다녀왔다는 치욕을 안고 살면서 그때의 원망을 가슴에 고스란히 담고는 무표정으로 변해버린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었죠. 그게 초상화의 표정이라고 했습니다. 잠시 그 모습이 무엇인지 몰라 담담히 할아버지의 눈안을 살피다가
갑자기 눈이 불붙은 듯하였고
할아버지처럼 무의미하게
엉뚱한 원망을 품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