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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ug 06. 2024

신앙인의 입장에서 채권 채무 관계

놀이글: 고흐 & 조선풍속화

"앉아서 빌려주고..."

 돈과 관련되어 정당한 계약상 독촉을 하면서도





"(얼마 전에 가족이랑 해외여행 다녀오느라) 내 사정이 생겨, 자네에게 빌린 돈은 3개월 뒤로 미룸세. 너무 상심말게. 내 반드시 갚겠네."
"그 말이 대체 몇 번째... 그건 그렇고 해외여행 갈 돈은 있고..."


신앙적인 문제로, 어쩐지 찜찜하던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온전히 인내심으로 감내하는 경우가 있고,





"아이고, 서서 받네그려."

 적절히 세속적인 태도로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암 걸리는 중."

그런데 신앙인으로 살아갈 때는 스트레스 받는 것 자체가 이미 두려움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하죠. 두려움이란 신앙적으로 불순종을 의미하고요.





겁나 꼼꼼하게 증거를 남겨놓네그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역설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반드시 필요한 계약상 독촉을 정확하게 시행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쓸데없이 혼란스러워지는 마음 자체를





걷을 수 있으니까요.

그다음은 하나님의 몫이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런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신앙적으로 힘이 달리는 것이겠습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안 그런 척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마음에 솔직한 편이 마음고생 덜 할 수도 있습니다.





"내용증명 보냅니다."

즉 어지러운 마음을 걷어낼 최적의 해결책은 '권리와 의무에 대한 시민의 성실한 태도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랬습니다.





겁나 꼼꼼하게 증거를 남겨놓네그려.


차선책인 셈이죠. 도저히 신경 쓰여 암 걸릴 것 같으면요.



 


"내가 언제 야곱의 환도뼈를 쳤냐?"
"천사님, 저희가 여기서 다 봤어요. 동영상도 남겼고요."


그것은 상대에게 뜻밖의 미고지 등으로 느슨해진 틈을 이용하려는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라고 합리화해본다).





"입금될 때까진 입금된 게 아니다. 평정, 평정."

또한 저로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현실적 방법입니다.





"돈 내놔, 그거 내 것이여. 난 받을 권리가 있고 넌 줄 의무가 있어. 내가 왜 서서 받아야 하는데?"


다만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그 권리를 수단 삼아 미혹에 빠져 돈의 미덕에 매몰되며 자신의 권리를 우상화하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 지점에는 언제나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도사리기 마련입니다. 신앙적으로.






반대로 채무자의 입장이라면 신의성실을 다하여 정확하게 약속을 지키려 하고 노력해야겠죠. 부득이 미뤄지게 된다면, 상대가 말하기도 전에, 상대에게 미리 고지하여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건 자신이 시험에 빠지지 않으면서





"채권과 채무의 길이 모두에게 고된 것이 아니라,"

상대도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것입니다.





"뜻밖의 선의를 통하여 좋은 사람을 얻는 길이기를."


동시에 조금 늦어질 수 있다는 합법적인 꼼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방향으로 채무의 과정을 완수해야 할 것입니다. 신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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