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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는 놀이글과 함께 비중이 큰 #2

스타일 Part1 (113~115F)

by 희원이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1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48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13~115프레임에 해당합니다.






결국 직접 창작한 문구로만 세로글을 쓰는 편이 나았다. 그러자니 지금까지 쓰인 삼행시편이 헛수고처럼 느껴지기도 하였고, 직접 창작할 경우 과정과 놀이의 탐색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선명하게 제한된 규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해졌다. 이를 위해 우선 기존의 연예인 이미지 한 장을 포착하면 거기서 한 문장을 창작했다. 그것은 단순히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 수도 있고, 그냥 보이는 대로 진술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그것을 세로글 운자로 삼았다. 그리고 이미지를 붙이지 않는다. 이럴 경우 개인적으로는 그 출처를 기억하기 위해 ‘thanks to’ 등으로 기록하거나 해시태그를 달아서 기록했다. 사실 그 이미지와 상관 없는 문장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었겠으나, 과정과 놀이의 관점에서 그 과정을 기억해두고자 했다. 미약하지만 가상의 상호 반응으로 마중물 이미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또는 나 스스로 그냥 생각나는 문구를 메모해보기도 했다. 그걸 그냥 세로글로 삼거나, 또는 성경처럼 이미 거의 공적인 표현이라 할 만한 문장을 따다 쓰기도 했다. 속담으로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 다음에 무작위로 선택한 단어나 문장, 짧게 창작한 문구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단계가 있었다. 제한된 규칙을 적용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이란 단어로 어디까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시도해보기도 했다. 한계에 금방 부딪히기도 했지만, 양자역학과 아무런 관련 없는 내용이더라도 꽤 많은 삼행시를 창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발상을 조금 더 확장하여 특정한 문장을 쪼개서 1부, 2부, 3부로 나누어 그 세로글 자체도 이어서 완성되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가로글 창작을 시도하려는 구상도 했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은 / 일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 진리와는 상관 있다”라는 것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 세로글로 삼는 것이다.


결코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 지나치게 다른 내용으로 산만하게 흩어진 내용의 결과물들을 모음집으로 모으자니, 과연 이런 기법 자체에 합의가 되지 않은 독자들이 보기에 그냥 별 의미 없는 모음집 같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러한 정합적인 내용을 찾으려니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상황이어서 금방 지쳐 떨어지기도 했다. 놀이글로 팬질할 때에는 파편적이고 짧은 글쓰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SNS 글쓰기로 오면 블로그 글쓰기에 주력할 때보다도 짧은 글쓰기를 했다. 단상마저도 200자가 안 되게 하는 원자적 글쓰기를 한다고 해야 할까. 직장인의 글쓰기로 꾸준한 짧은 글쓰기를 이어간다는 방향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짧은 문장 창작 습관이었다. 그 역시 꾸준히 메모로 남겨서 모아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짧은 글쓰기 결과를 재조합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런 메모를 뒤로 물리고 작심하고 긴 글을 다시 써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금세 지쳐버렸다.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까지 겹치면 계속 글쓰기 호흡이 끊겼다. 결국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냥 주변으로 물리게 되었다. 심지어 단편소설 정도도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상황에 이르러, 콩트에 더 애착을 느낄 때였다. 그 장르는 그다지 공적 장르로 활발히 비평되거나 소비되지도 않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랬다. 개인적으로 시민적 글쓰기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지닐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한된 규칙을 너무 까다롭게 둘 경우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금방 시큰둥해졌다. 스토리를 이어서 삼행시를 연작해보려고도 했으나, 이 역시 운자의 우연성을 장악하면서 내용을 일관되게 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고난도에 속하는 작업이었다. 언젠가 다시 시도해 보고 싶지만, 일단은 후순위로 미뤘다.


대신 릴레이 방식을 규칙으로 삼기도 했다. 여러 릴레이 규칙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선 운자를 우연히 수집한 이미지에서 창작해낸 뒤, 그 문장을 운자 삼아서 삼행시를 창작하고, 제목을 짓는다. 그리고 그 제목을 다시 운자 삼아서 다음 삼행시를 창작하는 것이다. 첫 운자로 반복 창작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다른 규칙인 셈이다.

이때 원 이미지로 첫 문장을 창작할 때 보통은 연예인 이미지를 써서 블로그에 남겨두기도 했는데, 흔적을 남긴다는 ‘과정과 놀이’의 관점이기도 했는데, 이럴 경우 보통 최종적으로는 사실 그 이미지를 소거하는 것이지만, 고흐 이미지로 대체하는 상황이 오자, 고흐의 명화 이미지는 남기는 것을 최종 버전으로 여기기도 한다. 즉, 원피스 스타일로 상호 반응 기법이나 제한된 규칙 방식을 적용하면서 그 흔적을 공식화하고, 대신 그 내용은 삼행시로 채우는 가벼운 스타일 결합인 셈이다. 이때 원피스로 주력 스타일을 삼고는 같은 이미지로 반복 창작할 경우, 다음 창작 때는 이미지는 그대로 두되 내용을 콩트나 코멘트 등 다른 형식으로 채울 수 있다. 반대로 삼행시의 첫 운자가 다음 창작의 핵심축이라면, 다음 창작 때는 그 문장을 똑같이 세로글 운자로 삼으면 될 것이다. 또는 첫 작업의 제목을 따와서 두 번째 작업의 세로글 운자로 삼는 릴레이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원피스 반복 창작 방식과 함께 삼행시 릴레이 방식을 동시에 적용하는 식으로, 제한된 규칙을 혼합하여 준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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