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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의 세 가지 접근법

스타일 Part1 (139~142F)

by 희원이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1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48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39~142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창작 노트: 삼행시의 세 가지 접근법

삼행시에선 크게 고전재즈적 임프로비제이션, 모던재즈적 임프로비제이션, 프리재즈적 임프로비제이션을 염두에 두는데, 언제나 정확히 구획이 나뉘지는 않아서 고전적이면서 모던한 중간형은 어쩐지 쿨(모던)재즈적인 접근법일 수도 있고, 모던과 프리의 중간지대에서 모호한 변증법적 경향도 있겠다.

재즈 임프로비제이션의 장르적 역사적 유형과 연결 짓는 비유로는 본질적 면에서 완벽히 맥이 닿는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비교적 이해하기 편하다는 면에서 유용하다.

즉 삼행시에서 인용된 문구, ‘각 행의 첫 음절’로 이루어진 글감은 크게 세 가지 축을 통하여 각각 삼행시의 내용으로 연결된다.

우선 재즈적으로 보면 고전적 임프로비제이션일 것이다. 이는 흔히 이름 삼행시를 지을 때 그 사람의 장점 등 분명하게 연결된 지점으로 내용을 진술하는 것이겠다. 흔히 ‘각 행의 첫 음절로만 이루어진’ 세로글이 가로글의 전체 내용과 무리없이 뒤섞일 수 있다면 고전재즈적 임프로비제이션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방송에서 이름 삼행시를 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삼행시 <흐느낌>의 경우엔 흐느낌의 내용을 그대로 보충하고 있다. 굳이 삼행시로 하지 않아도 일반적인 글로 풀 수 있다. 이럴 경우 고전재즈적이라 할 수 있다.






『 흐- 느적거리는 느낌이 흐느낌은 아닐 것이다.

느- 물거리는 느낌과도 다르다.

낌- 새를 알아채는 영민함과도 다르다. 흐느낌은 흐느낌이라는 단어 주변을 배회하듯 배회하지 않으면서, 흐느낀다. 구천을 떠돌던 서러움처럼.』 (흐느낌)


『코-를 높이 세우면 코 평수가 좁아지고 숨 쉬는 것이 불편해진다는 말 위로 윗입술과 콧구멍 사이, 코가 어떻든 어떻게든 살아가고』 (인중)






또한, 삼행시 <인중>의 경우는 기법적으로 분명 고전재즈적 접근을 하고 있으면서도 내용적으로는 고전적인 발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묘한 형식 내용적 미스매칭도 있을 수 있다.

둘째, 모던재즈적인 임프로비제이션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각 행의 첫 음절로만 이루어진’ 세로글을 향할 수도 있고, 온전히 그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는 연관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는 경우일 것이다. 즉 전혀 다른 내용이나 분야를 언급하더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 일반적인 글로 ‘각 행의 첫 음절로만 이루어진’ 세로글과 진술된 전체 내용을 뒤섞인 어렵지만, 모종의 연관은 분명히 성립되는 것이겠다. 세로글이 전체 내용의 핵심이 아닌 경우에 해당된다. 또는 제시된 세로글과 가로글 내용이 변증법적으로든, 대등하게 교감한다. 자유롭게 흘러가지만, 제시된 글감으로부터 온전히 멀어져 있지도 않다. 고전재즈적 임프로베이제이션에서는 ‘각 행의 첫 음절로만 이루어진’ 세로글이 핵심인 것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 돌-처럼 단단한 소명이란 없다고

베-드로는 생각하였다.

개- 운하였다. 돌베개를 베고 자면 딱딱하지만 시원해졌다. 하나님이 도우시므로. 』

이 경우엔 돌베개의 성질이 전체 내용에서 그 특질을 잃지 않으면서 연결되었지만, 돌베개가 주변이거나 그저 소재적 의미로서 연결되었다고 하겠다.


셋째, 프리재즈적인 임프로비제이션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엔 가로글이 세로글과 거의 상관없이 자유로운 경우라 하겠다.

『 입- 산금지 팻말을 보고는 그 앞에 돗자리 깔고

술- 을 마셨다. 어차피 술 마시러 왔으니. 』

사실 입술과 입산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저 내용적으로만 통일성이 있을 뿐, 첫 제시된 세로글과 연결 지점이 없다.

『 방- 독면을 쓰고 최루탄의 안개를 헤쳐 가던

민- 주 투사,

아- 침이슬 사이로 기침소리 가득했다. 』

이 경우에서는 ‘방민아’란 제시된 세로글이 민주주의를 위한 데모와 연결되는 지점이 없다. 그저 각 행의 첫 음절로써 기여할 뿐이다.

이러한 경우를 빼고도 중간적 위치로, 고전재즈적인 성향과 모던재즈적 성향이 결합된 모호한 지점의 경우가 있겠고, 모던재즈적 성향과 프리재즈적 성향이 결합된 경우가 있겠다. 이는 분명하게 대별되는 성향이라기보다는 세 가지 특징 중 한 곳에 명확히 속하지 않는 중간적 성향 때문에 부득이 생기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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