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삼행시의 특성을 살피는 기준 & 운자 운용

스타일 Part1 (143~145F)

by 희원이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1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48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143~145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창작 노트: 삼행시의 특성을 살피는 기준

삼행시를 쓸 때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삼행시의 특성을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 각 행의 첫 글자로 이뤄진 세로 문장과 상호작용하는 임프로비제이션의 유형을 살펴보는 것이다. 전에도 언급했듯 고전재즈적, 모던재즈적, 프리재즈적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내용이 ‘첫 글자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겠다.

둘째, 글의 내용 자체가 어떤 톤을 지니는가, 고전적인가 모던한가, 사소한가 거시적인가 등등 일반적으로 시나 콩트를 볼 때 염두에 둘 만한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셋째, 글이 산문적인지 운문적인지 그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삼행시를 개진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의도적으로 운문의 효과를 연출하기보다는 내 성향상 어쩔 수 없이 산문적 개진을 하되, ‘첫 글자’들의 제약에 따른 우연적 여백의 효과를 즐긴다. 미니픽션, 콩트 등으로 전개되는 시도에 관심이 있다. 동시에 시로 들어가는 공부도 해보겠지만, 워낙 시와는 체질이 멀어서, 그저 삼행시의 틀 제약에 감사할 따름이다.

넷째, 이때 글의 성격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그것이 언어유희, 의도적 오탈자라든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연출되는지 살펴보면서 삼행시만의 개성이 무엇인지 정리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 창작 노트: 운자 운용이 느슨해지거나 까다로울 경우
삼행시에서 유명인의 이름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일반 창작 이름을 쓰는 것보다 작위성이 덜 하기 때문이다. 팬질의 용도로도 그리하지만, 예를 들어, “김- ”이라고 할 때 보통명사를 찾지 않고, 이름을 찾으려 한다면, 아주 많은 이름이 있다. 아무 이름이나 창작해도 된다. 그런데 내게 특별한 이름이라든지, 혹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름이나 기관명 등이라면 작위성이 그만큼 낮아진다. 이처럼 여러 단어를 고를 때, 되도록 아무렇게나 창작 선택하는 표현보다는 보편적인 표현을 고르려고 한다.

한편, ‘른-’처럼 앞에 쓰이면 애매한 단어가 있다. 그럴 경우, 오타처럼 활용한다든지 두음법칙 등처럼 “는개”를 “른개”로 활용하기도 한다. 발음의 유사성을 근거로 치고 나가기도 한다. 그 덕분에 “롤라운” 등등도 가능해진다. 그런데도 이것으로 한계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바로 윗줄에 ‘른’과 연결되는 단어를 선택하여 바로 전 행로부터 연결되도록 하기도 한다. 이때 그냥 아무 단어나 문장을 툭 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작위성이 높아져 어떤 식으로든 대충 앞뒤로 연결하는 것이 쉬워진다.

그래서 내 경우엔 어떤 단어를 굳이 이런 식으로 전행 끝부분에 배치해야 한다면, 그것이 그 행에서도 특별하게 구실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즉 “~~~ 병, 나”라는 식으로 놓으면 전행에서는 병이 났다는 의미처럼 보이면서 거기로부터, 바로 그 다음 행으로 “나 / 른- 한”이 연출될 수 있다.






♬ 먼 길을 돌아서

먼- 길을 돌아서

지- 구 저편으로 갔습니다. 조금은 힘든 여정.

투- 자자는

성- 에 차지 않는다는 듯 시큰둥하게 대했습니다.

이- 건 저번에도 했던 제안 아닌가요? 거기서 뭐가 달라졌죠?

의- 자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며


푸- 른 눈의 사내는 말했으, 나

른- 한 듯 하품을 간신히 참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맺히고 말았습니다.


종- 소리가 들리던 오후

이- 다지도 아름다운 소리의 한적한 풍경 속에서 속된 생각은 여전하고


(☎기형도의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제목 인용)


또한, 가급적이면 “아-”에서 ‘아주’와 같이 쉬운 단어를 피하려고 한다. 가끔 쓰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한 행이 너무 길어질 경우, 즉, 종종 산문으로 대놓고 적용하려고 할 때는 그냥 쓰기도 한다.
다만 산문으로 쓰다 보면, 어떻게든 관련 시작 단어가 나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에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해당 운자가 있어야 할 당위성이 있을수록 유의미하다. 운자를 전환할 때 내용도 전환하거나, 사건의 강세점을 찍어야 하는 등의 리듬이 맞아들어갈 때라면 산문이라 해도 운자의 당위성이 있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삼행시의 세 가지 접근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