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원이 Sep 08. 2024

시간의 부채

원피스 & 고흐



 낡은 신발을 늘 제때에 버리지 못했다. 새 신발을 들이면 낡은 신발을 버리던 어린 시절에 비해서, 수시로 새 신발을 들이던 때에 이르고는 예전 신발을 그냥 신발장에 두었다.

 “나중에 신을 거예요.”

 그러나 대개 그렇게 신발장 구석이나 위쪽을 차지한 신발은 다시 나오지 못했다.

 “어, 이런 신발도 있었네?”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할 신발을 보고는 그런 건 바자회 때 내놓기도 그렇다고, 몇 번을 고민하다가 그냥 쓰레기봉투 옆에 내어 놓는다.

 예비군 군화도 그랬다. 군대 시절 가지고 나왔던 건가? 아니면 새로 산 건가? 샀다면 어디서 산 거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은 일들이 늘어만 간다. 예전에는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했는데, 문득 5년 전 일조차 까마득한 예전의 일 같고, 때로는 그런 일이 있었나 싶다. 빚을 진 일인가? 그런 일은 갚아야 할 사람이 자주 잊곤 했다.

 일부러 기억을 잊어버린 건 아니고, 그저 시간이 많이 흘러서 누락되는 기억도 많아지고, 그만큼 내게도 시간의 부채가 쌓이는가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차원에 갇히고 차원에서 도약하는 존재들의 그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