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 고흐
오른쪽 신발은 인간의 무게를 감당하는 게 고역이었다. 어느 날엔가 장마 길을 견디고 집으로 들어왔고, 인간이란 무게가 빠져나가자,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녹초가 되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른 것인지 빗물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끈이 풀려 있었지만 온전히 놓지 않은 채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이 어깨가 처진 채였다. 간신히 끈을 뻗어 동료에게 좀 부축해달라고 했지만, 동료인 왼쪽 신발 역시 자신의 무게를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끈을 다른 쪽으로 치우며 동료의 요청을 애써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