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Part2 (87~89F)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2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27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87~89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창작 노트: 놀이글의 구성 유형
사실 놀이글을 쓸 때도 당시에는 무의식적이었을 뿐이지, 톱다운과 바텀업 방식으로 콜라주 기법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미지를 주로 콜라주 재료로 하였으며, 초창기에는 주로 연예인의 SNS에서 가상으로 상호 반응하듯 공급받았다. 이때 먼저 기존 줄거리에 이미지를 조응하는 방식이었다. 기존 줄거리 대신 자신이 직접 쓴 내용에 후순위로 이미지를 연결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즉 첫째, 톱다운 방식으로 글을 쓰면서 이미지를 배치하는 방식이 있다.
둘째, 콜라주 재료로 수집한 이미지에 덜 밀착하면서도 그 이미지를 통해 유연하게 긴 글을 뽑아내는 바텀업 방식이 있다. 고흐 명화 이미지를 쓸 때는 이것을 활용해야 했지만 초기에는 어쩐지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느낌 때문에 놀이적인 속성이 약해진다고 보아 꺼리기도 했다.
셋째, 정통적인 바텀업 방식이다. 이미지에 밀착하면서 짧은 해설을 달아서 역동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연예인 팬질글에서부터 많이 쓰였고 놀이성을 극대화하는 특징이 있다. 콜라주된 이미지가 엉뚱한 듯 의미에 맞게 조합되면서 주로 엉뚱한 개그를 연출하기도 하지만, 종종 진지한 이야기를 툭 내어 주기도 한다. 보이는 대로 진술하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즉흥성이 가장 강하고, 글쓴이조차 쓰이기 전까지 내용을 짐작하지 못할 때도 많다. 기존의 생각을 적용하면서 호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말 그대로 이미지를 따라가면서 하나로 엮기 때문이다. 이 유형과 관련된 놀이글 기법을 포괄적으로 통칭해서 개인적으로는 ‘산다라 기법’으로 부르기도 한다.
넷째, 삼행시 콜라주를 활용한 바텀업-톱다운 방식이다. 삼행시를 콜라주 재료로 한 바텀업 방식으로 우선 번호글을 추출한 뒤, 그 이야기를 톱다운 방식으로 배치하고 이미지를 연계한다. 삼행시 콜라주에서 삼행시를 떼어내어 인식의 마중물로 국한한 뒤, 놀이글 프레임에 얹을 때 이 방식을 주로 쓴다.
“삼행시의 경우 번호글을 톱다운으로 배치하면서 그 존재 의의가 모호해진 것이었죠. 바텀업 번호글을 먼저 놀이글로 전환했지만, 톱다운 번호글 역시 그렇게 전환했죠. 사실 원래 있는 톱다운 이야기라면 처음부터 그 이야기를 번호글 형식으로 전환해서 배치한 것이겠죠. 놀이글로 전환하기 전에 삼행시 콜라주 과정이 불필요한 거죠. 그저 그 이야기에 이미지를 배치해서 어떤 인물이 말하는지 보여준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형식은 놀이글 프레임으로 얹은 것이었죠. 이건 창작 노트에서 언급한 유형 중 첫 번째에 해당되겠네요. 다만, 이 경우에는 놀이글 프레임으로 전환해 놓고도 그 분량이 많더라고요. 짧게 쓴다면 또 모르겠는데, 바텀업으로 번호글을 추출할 때보다도 훨씬 많았죠. 애초에 글 자체를 200자 원고지 기준 1200매쯤으로 구상해서 썼기 때문이에요. 삼행시나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쓸 때는 그보다 훨씬 짧아서 300~600매 정도였다면요. 그리고 점점 더 짧아져서 250~450매를 한 단위로 하기에 이르렀으니, 1200매의 톱다운 내용이 많아도 너무 많더라고요. 또 그런 많은 내용에 이미지까지 많이 붙으면 분량이 너무 비대해지고, 그렇다고 이미지보다 글밥으로만 배치하면 인물 구분용 이미지만 싣게 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졌죠. 뭔가 비효율적인 면이 느껴졌다고 해야겠죠. 단행본 쓸 때처럼 분량을 쓰려고 하면 무조건 분권해야 하는 지경이었거든요. 그래서 잠시 놓아두었어요.
나중에 출판보다 브런치스토리 게재 쪽을 택하였을 때, 그래서 다시금 가급적 짧은 꼭지별로 내용을 끝맺는 방식을 선호했을 때, 긴 호흡을 지양하고, 또 기존대로 다양한 형식과 시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쪽으로 선회하죠. 즉 ‘단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대로 알맞은 형식을 호출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일부 톱다운 원고를 번호글 단위로 다 쪼개서는 칼럼 형식으로 전환하였죠. 그렇게 해서 단위별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끊는 시트콤처럼 구성했어요. 톱다운으로 이론적이거나 비평적 이야기를 할 때는 놀이글 프레임보다는 칼럼 형식이 가장 알맞을 때도 있었거든요. 물론 그 전에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검토하기는 했어요.”
“삼행시 콜라주를 활용한 바텀업-톱다운 방식을 조금 더 상술하자면, 우선 즉흥 운자를 받아서 삼행시를 창작하겠죠. 이때 가상의 상호 작용이든 실제로 상호 반응하든 운자를 받는 자기만의 습관이 있겠죠. 우연히 아무 것이나 생각나는 대로 문장을 적기도 하거나, 기도 후 성경을 펼쳐서 받은 문장을 활용하기도 할 거고요. 그렇게 삼행시를 충분히 창작하고 나면, 그다음 단계로 그 삼행시 중에서 쓸 만한 것을 콜라주 재료로 수집할 거예요. 그것을 재료로 삼아 바텀업 방식으로 번호글을 추출해내죠. 그 번호글을 톱다운 방식으로 놀이글 프레임에 얹고요. 이미지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인물로 연결하는 선명한 방식이 아니라, 풍경 등의 이미지를 배치하려 할 때 그 선별 이유를 해석하여 설명하는 글귀를 배치할 수도 있겠죠. 이때 말풍선을 배치해서 삼행시 문구를 인용하기도 할 거예요. 대체로 이런 경우에 저는 구어체로 전환했고요.”
“구어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하는데, 원래 번호글에 구어체를 적용한 것은 삼행시 문체와 구별하려는 목적도 있었죠. 그런데 놀이글에서는 전체적으로 ‘~습니다’ 등등 구어체로 쓰이는 것이 자연스러웠죠. 특히 말풍선에 넣고 인물들이 말하는 설정을 할 경우, 구어체를 써야만 할 것 같아요. 꼭 그러지 않아도 되겠지만, 어쩐지 저는 그렇게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말풍선 바깥에서 주류 이야기를 책임지는 번호글의 구어체와 섞이게 되었죠. 그것도 그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 가급적 교감하는 형태로 흘러가면서 서로 자기 방에서 자기 할 말을 하는 설정으로 상상하곤 했어요. 때로는 묘하게 호응하는 소리도 사실은 소통하지 않는 것이라 좀 독특한 기능이 생기는 것도 같았어요. 또는 실제로 대화하는 느낌을 주는 효과도 있죠. 그렇게 얽히면서 말이 소용돌이 치며 번복되는 효과가 생기죠.
그러다가 다시 번호글을 문어체 평서형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했고요. 어떨 때는 문어체 평서형으로 상상하는 게 편하기도 했고요. 말풍선 안과 밖이 구어체와 문어체로 다시 구분이 된 거죠. 그래야 문체만으로도 경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스타일이 구분되면서, 독서의 환기에 좋을 것 같았어요. 또 각자의 진술에 조금 더 적극적일 수 있을 듯했죠. 말이 엮이면 그 말에 반응해야 할 것 같은데, 문어체와 구어체로 구분하면 서로 각자의 세계에서 진술하는 거니까요. 반대 의견이든 호응하며 추가하는 의견이든 쭉 뻗어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럴 경우 ‘다큐멘터리 인터뷰 동영상 미편집본’ 스타일을 적용하지 않는 거죠.”